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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90. 콘클라베(Conclave)
    인문학 2025. 4. 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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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영국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 “로버트 데니스 해리스”(Robert Dennis Harris 1957~)는 역사 소설과 스릴러 장르를 혁신적으로 결합하며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1957년 3월 7일 노팅엄에서 태어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BBC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글쓰기의 기초를 다졌으며 이후 소설가로 전향해 30년 넘는 세월 동안 정치, 권력, 역사적 사건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현대 문학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해리스”는 1982년 BBC의 정치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정치권의 내밀한 이야기를 접했고 이 경험은 훗날 그의 소설 속 현실감 있는 정치 묘사와 권력 게임에 대한 통찰로 이어졌습니다. 1992년 데뷔작 ‘파더랜드’(Fatherland)로 소설계에 강렬한 신호탄을 던진 그는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는데 이 작품은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가상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로 역사의 '만약'에 대한 치밀한 상상력과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서스펜스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냉전 시대의 불안감을 반영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독특한 설정은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해리스의 작품 세계는 크게 대체 역사, 실화 기반 스릴러, 고대사 재해석 세 가지 축으로 나뉘며 각 카테고리에서 그는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장르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해리스” 문학의 핵심은 철저한 사료 조사와 속도감 있는 서사의 조화에 있는데 ‘에니그마’ 집필 당시 그는 암호학 전문가들과 수개월간 머리를 맞대며 당시 암호 체계를 재현했으며 ‘폼페이’에서는 로마의 수도 시스템에 대한 공학적 연구를 소설에 생동감 있게 녹여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적 디테일이 서사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그의 특기이며 마치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관객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캐릭터의 감정선과 결합시켜 술술 읽히는 스토리로 탈바꿈시킵니다. 그의 정치 소설들에서 종종 드러나는 것은 권력에 대한 냉소적 시선으로 BBC 시절 “마거릿 대처” 정부를 취재하며 체득한 정치권의 이면이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재현됩니다. ‘고스트 라이터’(The Ghost Writer 2007)에서 유령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전직 영국 총리의 어두운 비밀은 현대 정치인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틀었는데 이 소설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며 “해리스”의 국제적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해리스”가 현대 문학사에 남긴 가장 큰 영향은 역사 소설의 대중화로 그는 학술적 접근에 머물던 장르에 할리우드식 서스펜스와 추적극의 요소를 도입하여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았습니다. ‘임페리움 3부작’은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했지만 권력 투쟁과 언론 조작, 선동 정치 같은 현대적 테마를 오버랩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는 반복된다"는 통찰을 얻도록 이끕니다. 그의 책들은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닌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그의 작품 9편 중 5편이 영상 매체로 제작되며 그는 각색 최적화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에니그마’는 2001년 영국 영화로 제작되었고 ‘고스트 라이터’는 2010년 영화계 최고의 스릴러로 손꼽혔습니다. 2015년 BBC는 ‘딕테이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로마의 몰락’을 제작하며 그의 작품이 시공간을 초월한 매력임을 입증했는데 이러한 성공 비결은 그의 글이 본질적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며 마치 카메라 앵글을 설계하듯 장면을 구성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영상 제작자들에게 이상적인 원본이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역사 소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듯했지만 “해리스”는 TikTok 세대마저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희귀한 작가입니다. 그의 최신작 ‘두 번째 잠’(Sleep 2023)은 현대 영국의 정치 스캔들을 소재로 다시 한번 권력의 부패성을 묻지만 독특하게도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기술을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활용했는데 60대 후반의 작가가 여전히 최신 기술 트렌드를 문학에 접목시키는 혁신적 시도는 그의 젊은 정신을 증명합니다. “로버트 해리스”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파더랜드’로 시작해 그의 독특한 대체 역사관을 맛보고 ‘임페리움’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적 향연에 빠져들 것을 추천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독자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학적 다리를 건너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쓸쓸히 사라진 이름들에 숨결을 불어넣는 이 작가의 이야기꾼 정신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현대 문학의 지형도를 바꿔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1-1. 파더랜드(Fatherland 1992)

    1964년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가상의 세계 SS 경찰관 “크자비어 마르크”는 베를린에서 한 고위 관료의 시체를 수사하던 중 정부가 은폐하는 끔찍한 진실을 발견하는데 홀로코스트 증거를 없애려는 음모와 맞서며 그는 자신의 신념과 체제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역사의 만약을 탐구하며 권력의 부패와 개인의 도덕적 각성을 긴장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해리스”의 데뷔작이자 대체 역사 장르의 교과서로 평가받습니다. 냉전 종식 직후 발표된 이 작품은 유럽 통합의 가능성을 예측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서스펜스와 철학적 질문의 결합이 특징이며 훗날 유럽 연합(EU)의 기틀과 유사한 "유럽 공동체"가 작품 속 나치 치하 유럽에 등장합니다.

     

    1-2. 에니그마(Enigma 1995)

    1943년 2차 대전 중 영국 블레츨리 파크 암호 해독 기지 천재 수학자 “톰 제리코”는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 해독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연인 “클레어”의 실종 사건에 휘말립니다. 암호 해독과 스파이 추적의 이중주 속에서 그는 연합군의 작전 비밀과 개인의 배신을 마주합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울트라 프로젝트)에 허구를 접목한 작품으로 암호학적 디테일과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교묘히 엮어 전쟁 속 지적 투쟁과 감정의 균열을 포착했습니다. 수학적 논리가 서스펜스로 승화된 독특한 구조가 돋보이며 작가가 실제 암호학자와 협업해 당시 암호 체계를 소설에 정확히 재현했습니다. 2001년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더그레이 스콧”, “케이트 윈슬렛” 등을 캐스팅하여 영화로 제작하였습니다.

     

    1-3. 폼페이(Pompeii 2003)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48시간 전의 폼페이 젊은 수로 관리관 “마르쿠스 아틸리우스”는 도시의 급수 시스템 복구를 위해 폼페이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지진 전조와 부패한 지배층의 음모 속에서 그는 화산 폭발이라는 재앙을 예측하게 되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고대 로마의 기술 문명(수로 시스템)을 과학적 디테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역사적 재앙을 실시간 서사로 풀어내며 자연의 위협과 인간의 오만을 대비시킵니다. 화산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묘사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생하며 “해리스”는 화산 전문가와 협력해 폭발 당시의 지질학적 과정을 시간대별로 추적하며 집필했습니다.

     

    1-4. 키케로 3부작 2006–2015)

    ‘임페리움’(Imperium 2006), ‘러스트럼’(Lustrum 2009), ‘딕테이터(Dictator 2015)의 세 작품을 의미합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정 말기 권력 투쟁의 중심 웅변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비서 “티로”의 시선으로 “키케로”가 집정관이 되기 위한 암투부터 “카이사르”와의 대립, 최후의 몰락까지를 3부작에 걸쳐 조명합니다. 공화정의 붕괴와 제정의 등장 속에서 지식인의 양심과 권력의 유혹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고대사를 현대 정치의 거울로 활용한 걸작으로 로마의 수사학, 법정 공방, 언론 조작 등이 21세기 정치권과 놀랍도록 유사하게 묘사됩니다. “키케로”의 천재성과 허영심, 비겁함이 교차하는 인간적 초상이 압권으로 “키케로”의 실제 연설문과 서신을 소설에 직접 인용해 역사적 사실성을 극대화했습니다. BBC에서 드라마 ’로마의 몰락‘으로 각색되며 “키케로” 역을 “리처드 아미티지”가 연기했습니다.

    2. 내용

     

    2016년에 발표된 ‘콘클라베’(Conclave)는 현대 바티칸을 배경으로 한 정치 스릴러로 교황 선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인간적 약점을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종교 드라마를 넘어 권력의 본질과 신앙의 모순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신성한 기관도 결국 인간이 운영하는가?"라는 강렬한 질문을 던집니다.

     

    2-1. 줄거리

    교황이 심장마비로 서거한 후 118명의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갇혀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에 돌입합니다. 주인공 “야코포 로멜리” 추기경은 선거를 주관하는 자리에서 후보자들의 비밀과 배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주요 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2-1-1. 알도 벨리니 : 현 교황의 개혁 정신을 이어받은 진보파 서기국장.

    2-1-2. 조슈아 아데예미 : 아프리카의 보수파로 동성애와 여성 성직자 반대를 주장하는 카리스마적 인물.

    2-1-3. 고프레도 테데스코 : 라틴 미사 복원을 외치는 극보수 베네치아 총 대주교.

    2-1-4. 조제프 트렘블레이 : 매체 친화적이며 야망 있는 캐나다 출신 추기경.

     

    이들 사이에 "빈센트 베니테스"라는 필리핀 출신의 비밀 추기경이 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베니테스"는 전 교황이 비밀리에 임명한 인물로 그의 정체성과 과거는 선출 과정에서 충격적인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2-2. 주제 분석

    2-2-1. 교회의 이중성: 신성함 vs. 인간의 약점

    "해리스"는 바티칸을 거대한 조직으로 해체하며 추기경들의 야망과 부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트렘블레이” 추기경은 뇌물을 통해 지지자를 확보하고 “아데예미”는 과거의 금지된 연애 관계로 위협받습니다. 이는 교회가 신성한 이상을 표방하지만 내부에서는 세속적 권력 투쟁이 벌어짐을 보여줍니다.

    2-2-2. 신앙과 회의의 갈등

    “로멜리” 추기경은 신앙에 회의를 품은 채 선거를 주관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하는데 그의 내면 독백은 현대인들이 종교적 확신과 현실적 의심 사이에서 겪는 고뇌를 상징적으로 대변합니다. “해리스”는 "완전한 무신론자는 이 책을 쓸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신앙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2-2-3. 진보와 보수의 충돌

    작품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 내 갈등을 반영합니다. “테데스코”의 전통주의와 “벨리니”의 개혁주의 대립은 현실의 교황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16세”의 갈등을 연상시키며 독자에게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게 합니다.

     

    2-3. 작가의 의도와 문학적 기법

    “해리스”는 실제 콘클라베 과정을 철저히 연구했으며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가 장식한 바티칸 복도 등 세부적인 묘사를 통해 현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또한 역사적 사건(예: 1978년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소설에 융합해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흐립니다. 그는 "교회는 이상을 추구하지만 인간적 결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독자로 하여금 권력 구조의 보편성을 성찰하게 합니다.

     

    2-4. 영화화와 현대적 재해석

    2024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랄프 파인스”가 “로멜리” 역을 맡아 열연합니다. 테러 공격과 “베니테스”의 정체성 공개 장면은 원작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종교적 갈등과 다양성 문제를 부각할 전망입니다. “해리스”는 "이 작품이 2016년보다 2024년에 더욱 관련 있다"라고 강조하며 영화가 종교와 정체성의 교차점을 탐구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3. 결론

     

    이 소설은 단순한 바티칸 스릴러가 아닙니다. 권력의 타락, 신앙의 모순, 개인의 도덕적 선택을 통해 인간 본성을 통찰력 있게 그리며 특히 “베니테스”의 인터섹스(간성, 자웅동체) 설정은 성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현대적 메타포로 작용하며 독자에게 "진정한 포용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로버트 해리스”는 역사와 허구, 영성과 세속을 넘나드는 서사로 현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모든 권력 체계는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그것이 독재든 민주주의든, 신의 이름이든."(로버트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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