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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88.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
    인문학 2025. 4. 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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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역사는 흔히 "과거의 이야기"로 여겨지며 문학적, 철학적 접근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러시아 태생의 미국 과학자 “피터 터친”(Peter Turchin 1957~)은 이 관념을 뒤집고 수학적 모델과 빅 데이터를 활용해 역사의 패턴을 분석하고 심지어 미래를 예측하는 “클리오다이나믹스”(cliodynamics)라는 학문을 창시했습니다. 복잡한 인간사회의 흥망성쇠를 방정식과 알고리즘으로 해석하는 그의 작업은 전통적 역사학계에의 도전이자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1957년 5월 22일 소비에트 연방 오브닌스크에서 태어나 초기 생애를 모스크바에서 생물학자의 아들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생태학에 관심을 가졌고 1975년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소련의 억압적 분위기를 피해 1980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학문적 궤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1985년 듀크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동물 개체군 역학을 연구하며 수학적 모델링에 깊이 몰두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간 사회의 변화에도 생태학적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사회도 생태계처럼 순환적 패턴과 붕괴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클리오다이나믹스” 탄생의 시초였습니다. “클리오다이나믹스”는 역사학(cliology)과 역학(dynamics)의 합성어로 양적 방법론을 통해 국가의 흥망, 사회적 갈등, 제국의 확장과 쇠퇴 등을 분석합니다. 그는 방대한 역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전 세계 500개 이상의 사회를 비교 연구하며 사회적 응집력(social cohesion), 엘리트 과잉 생산(elite overproduction), 불평등과 착취, 국가 역량(state capacity)과 같은 변수들을 도출했는데 이 변수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사회의 안정과 불안정 주기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로마 제국의 흥망, 중세 유럽의 정치적 분열, 청나라의 멸망 등을 그의 모델은 경제적,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로 재해석합니다.

     

    그의 이론은 특히 2020년 미국의 대규모 시위, 팬데믹, 정치 혼란을 예측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2010년 논문에서 "2020년 미국은 1970년대보다 더 큰 불안정에 직면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클리오다이나믹스”는 "역사의 과학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비판자들은 "영향력 있는 개인(예: 나폴레옹)이나 돌발사건"이 모델에서 배제된다는 점과 고대 사회의 인구, GDP 추정치는 불확실성이 크며 편향된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 복잡한 사회 현상을 몇 개의 변수로 압축하는 것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비판의 근거로 내세우는데 “터친”은 이러한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은 단순화에서 시작한다"며 점진적 개선을 강조합니다. 그는 머신러닝과 빅 데이터 기술이 “클리오다이나믹스”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의 최근 연구는 21세기 미국과 유럽의 위기에 집중됩니다.

     

    그는 현재를 "불화의 시대(Age of Discord)"라 명명하며 단기적 정책이 아닌 장 주기(longterm) 구조 개혁을 해법으로 제시하는데 예를 들어 엘리트의 수를 줄이기 위한 교육 제도 변경, 부의 재분배를 통한 계층 이동성 회복 등을 제안합니다. “피터 터친”은 인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용기 있는 사상가로 그의 작업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통념을 넘어 왜 반복되는지에 대한 체계적 답변을 추구합니다. 2020년대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팬데믹, 전쟁 등은 그의 이론을 검증하는 현장이 되고 있으며 “클리오다이나믹스”가 완전한 정답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터친”이 말하듯 위기는 피할 수 없지만 이해한다면 그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1. 전쟁과 평화와 전쟁(War and Peace and War: The Rise and Fall of Empires 2006)

    제국의 흥망을 사회적 응집력(social cohesion)과 엘리트 과잉 생산(elite overproduction)으로 분석한 작품으로 초기 로마 공화정처럼 응집력이 높은 사회는 번영하지만 시간이 지나 엘리트 간의 경쟁과 불평등이 축적되면 붕괴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적 사례로 중국, 로마 제국을 비교 분석하였으며 "집단적 연대“(collective solidarity) 개념을 현대적 맥락에 적용해 국가의 장기적 사이클을 설명한 선구적 연구서적입니다.

     

    1-2. 불화의 시대(Ages of Discord: A Structural-Demographic Analysis of American History 2016)

    미국 역사를 구조-인구학적 요인(불평등, 엘리트 과잉, 국가 역량 약화)으로 분석한 작품으로 2016년 “트럼프” 집권과 MAGA 운동(Make America Great Again)을 역사적 패턴으로 예측한 것으로 주목받았습니다. 19세기 산업화 이후 노동자 임금 정체와 상위 1%의 부 축적이 사회적 긴장을 초래하였으며 1970년대 이후 "부의 펌프(wealth pump)" 작동으로 빈부 격차 심화, 2020년대 정치적 양극화와 불안정을 예견하였습니다.

     

    1-3. 초사회(Ultrasociety: How 10,000 Years of War Made Humans the Greatest Cooperators on Earth 2015)

    전쟁이 대규모 협력 사회를 진화시킨 메커니즘을 분석한 논문으로 종교, 제도, 문화가 인류의 협력을 촉진시켜 초사회(ultrasociety) 형성에 기여하였으며 군사적 경쟁이 국가 통합과 기술 발전을 낳았다는 "다층 선택 이론“(multilevel selection)을 제시하였습니다. 생물학적 접근과 역사학의 융합을 시도한 획기적 연구로 평가받습니다.

    2. 내용

     

    현대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불안, 경제적 불평등이 폭발하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는 걸까요? 이러한 질문에 역사학자이자 문화진화 생태학자인 “피터 터친”(Peter Turchin)은 이 작품에서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단지 현상의 나열이나 정파적인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조적 분석을 통해 사회가 붕괴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2-1. 클리오다이내믹스: 과거에서 배우는 사회과학

    그는 “클리오다이내믹스”(Cliodynamics)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이는 역사 데이터를 수학적 모델로 분석해 사회 변동의 패턴을 찾아내는 시도입니다. 이 접근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여러 사회에서 반복되어 온 정치적 붕괴의 주기를 설명하는데 그의 주장은 단순히 "역사는 반복된다"는 식의 순환론이 아니라 정치적 불안이 일정한 구조적 긴장 요소 특히 엘리트의 과잉생산과 불평등의 심화에 의해 유발된다고 봅니다.

     

    2-2. 엘리트의 과잉 생산: 현대 사회의 병목지점

    그의 분석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엘리트 과잉생산”(Elite Overproduction)입니다. 이는 상위 계층에 속하고자 하는 인재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현상으로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중상류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정치, 경제, 문화 영역에서 기득권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회의 구조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좌절한 엘리트들 즉 “반(反)엘리트”(Counter-Elite)가 등장하게 되고 이들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면서 사회적 긴장을 폭발시킵니다. 미국의 경우 “터친”은 변호사, 교수, 언론인, 기술 엘리트 등 고학력 전문직 계층의 팽창이 결국 정치적 분열과 극단주의 성향을 부추긴다고 지적하는데 그들은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자신들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인이나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 합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 정치는 그 예시로 자주 언급됩니다.

     

    2-3.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안정

    작품은 경제적 불평등이 단지 빈부격차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전반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세금 구조의 왜곡, 노동시장의 분열, 자본소득의 집중 등이 어떻게 사회적 불만을 증폭시키는지 분석하는데 1970년대부터 이어져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중산층의 몰락과 엘리트 집중을 야기했으며 이는 미국 정치의 극단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또한 그는 현재 미국이 19세기말 “도금시대”(Gilded Age)와 유사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는데 그 당시처럼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고 다수 대중이 정치적 표현과 경제적 안정성을 상실한 시기에는 결국 사회 전반에 걸친 붕괴 현상이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2-4. 예언이 아닌 구조적 경고

    “터친”은 예언자가 아닙니다.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긴장이 축적되는 경로를 추적할 뿐이다.”라고 단호하게 외치는 그의 모델은 수백 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사건보다는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작품은 사회가 어떻게 폭발점에 이르게 되는지 그 경로와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정교한 지도와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터친”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정치적 협상력의 회복, 엘리트의 자기 절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간단한 처방이 아니지만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하는 데 이 책의 가치가 있습니다.

     

    3. 결론

     

    이 작품은 단순한 경고장이 아닙니다. 복잡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문명의 자가진단서입니다. “터친”은 감정적 호소나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이야기를 하기에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결국 “누가 권력을 갖는가”에 대한 문제이며 “터친”은 그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분열되고 붕괴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뉴스 헤드라인 뒤에 숨겨진 거대한 구조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며 “지금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조-인구학적 압력은 천천히 쌓이지만,

    갑자기 폭발한다.”(피터 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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