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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83. 끝맺음의 의미(The Sense of an Ending)
    인문학 2025. 4. 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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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영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줄리언 패트릭 반즈”(Julian Patrick Barnes 1946~)는 소설, 에세이, 비평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작품 세계로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로 기억, 진실,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며 현대 문학의 지형도를 넓혀왔습니다.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끝맺음의 의미’(The Sense of an Ending)를 비롯해 ‘플로베르의 앵무새’(Flaubert’s Parrot), ‘아서와 조지’(Arthur & George) 등으로 문학적 위상을 굳건히 하였습니다. 1946년 1월 19일 영국 미들랜드 레스터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교 모던 랭귀지 학과에서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전공하며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습니다. 졸업 후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하며 어휘와 의미의 다층성을 체험했고 이는 후일 그의 문학적 실험정신의 토대가 되었으며 1970년대에는 평론가와 문학 편집자로 활동하며 글쓰기의 기초를 다졌다.

     

    그는 데뷔 초기 ‘댄 카바나’(Dan Kavanagh)라는 필명으로 범죄 소설을 발표했으나 본격적인 문학적 신호탄은 1981년 첫 소설 ‘메트로랜드’(Metroland)로 시작되었습니다. 1984년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역사와 허구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 작품은 “플로베르”의 삶을 추적하는 화자를 통해 진실의 상대성을 질문하며 “반즈” 특유의 지적 호기심과 유머를 드러냈습니다. “반즈”의 작품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재해석하는 한편 개인의 기억이 구축하는 진실의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그의 문체는 철학적 성찰과 위트가 교차하며 독자를 사유의 미로로 초대합니다. 2011년 ‘끝맺음의 의미’로 맨부커상을 수상하기 전 네 차례 후보에 올라 ‘맨부커의 신화’로 불렸는데 프랑스 메디치상, 영국 코헨 문학상 등 국제적인 영예를 거머쥐었으며 2021년에는 50여 년에 걸친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습니다.

     

    “줄리언 반즈”는 진실이라는 다층적 개념을 문학적 실험으로 풀어낸 현대의 사상가로 그의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기억, 사랑, 예술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며 단순한 서사가 아닌 지적 탐험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오늘날 그의 문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며 문학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1-1. 플로베르의 앵무새(Flaubert’s Parrot 1984)

    예술가의 삶과 진실의 상대성을 다룬 이 작품은 “반즈”의 문학적 실험정신이 가장 잘 드러난 메타픽션 소설로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생애를 추적하는 의사(醫史)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플로베르”가 소유한 앵무새 표본을 찾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진정한 진실"이란 존재하는지 질문합니다. 학술 논문 형식을 차용한 독특한 서사 구조와 풍자적인 유머가 특징으로 1984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반즈”를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만든 작품입니다.

     

    1-2. 끝맺음의 의미(The Sense of an Ending 2011)

    기억의 왜곡과 시간의 불확실성을 주제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주인공 “토니 웹스터”가 청년 시절의 기억을 재구성하며 과거의 실수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친구의 자살과 첫사랑 “베로니카”와의 관계를 회상하는 서술은 기억이 얼마나 선택적이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15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지만 "인생의 끝에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삶의 의미"라는 주제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며 철학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이 “짐 브로드벤트”, “샬럿 램플링” 등을 캐스팅하여 영화로 제작하여 2017년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하였습니다.

     

    1-3. 아서와 조지(Arthur & George 2005)

    법과 편견, 정체성의 문제를 주제로 실존 인물인 "아서 코난 도일"(셜록 홈즈의 창작자)과 인도계 변호사 "조지 에달지"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입니다. 1903년 영국에서 발생한 인종 차별적 사건을 "코난 도일"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당시 사회의 계급, 인종적 편견을 비판합니다. "반즈"는 두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교차 서사로 풀어내며 "진실은 객관적 사실 이상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2005년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4. 시간의 소음(The Noise of Time  2016)

    예술가와 권력의 관계를 주제로 소비에트 연방 시대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의 삶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스탈린” 치하에서 예술가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를 집약합니다. 권력의 압박 속에서 창작의 자유를 지키려는 “쇼스타코비치”의 고뇌는 "예술이 정치에 종속될 때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반즈”는 음악적 은유와 서정적인 문체로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정신적 투쟁을 교묘히 결합하며 2016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2. 내용

     

    “줄리언 패트릭 반즈”의 문학적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15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지만 인생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보는 기억의 불완전함과 진실의 상대성을 압축적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과연 우리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토니 웹스터”의 회고록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청년기의 오만과 중년의 후회, 노년의 성찰을 교차시키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헤칩니다. 한국에서는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왜 이렇게 의역하였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2-1. 줄거리

    2-1-1. 청춘의 오만과 비극의 씨앗

    1960년대 런던, 청년 “토니 웹스터”는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한 사교 모임에서 친구 “애드리안 핀”과 만납니다. “애드리안”은 “토니”의 첫사랑 “베로니카”와 관계를 맺고 이내 자살하는 충격적인 선택을 하는데 “토니”는 “애드리안”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과 “베로니카”에 대한 미해결 된 감정을 억압한 채 평범한 중년의 삶을 살아갑니다. 40년 후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500파운드와 “애드리안”의 일기가 “토니”에게 전달되면서 과거가 재조명되는데 “토니”는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음을 깨닫고 “베로니카”와의 대화를 통해 진실을 추적합니다.

    2-1-2. 끝맺음의 아이러니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는 “토니”의 청춘 시절을, 2부는 노년의 추적 과정을 그립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토니”는 “시간이 진실을 덮어버린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이 “애드리안”의 죽음에 간접적 책임이 있었음을 직시합니다.

     

    2-2. 주제: 기억의 배신과 진실의 환상

    2-2-1. 기억은 거짓말쟁이다

    “토니”는 자신의 과거를 편집된 영화처럼 재구성합니다. 그는 “애드리안”과의 우정, “베로니카”와의 실패한 연애를 선택적 기억으로 미화하지만 일기장과 “베로니카”의 증언은 그가 잊은 잔혹한 편지의 존재를 드러내며 “반즈”는 “기억이란 자기 합리화의 도구”임을 경계하게 만듭니다.

    2-2-2. 시간의 속임수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단지 덮어버릴 뿐이다.” “토니”의 인생은 과거와 현재의 간극 속에서 흔들립니다. 청년기의 그는 철학적 담론으로 현실을 도피했고 중년의 그는 안락한 무지 속에 머물렀습니다. “반즈”는 시간의 흐름이 진실을 호흡 불가능한 깊은 바다로 가라앉히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2-2-3. 책임의 전가와 도덕적 맹점

    “토니”는 “애드리안”의 자살 원인을 “베로니카”와의 관계 탓으로 돌리지만 실상은 그가 “애드리안”에게 보낸 냉소적인 편지가 비극의 촉매제였습니다. 이는 개인의 도덕적 무의식이 집단적 기억에 의해 얼마나 쉽게 덧씌워지는지를 보여줍니다.

     

    2-3. 문학적 기법: 절제된 서사와 폭발적인 반전

    2-3-1. 1인칭 회고록의 함정

    “반즈”는 “토니”의 시점을 통해 독자를 의도적으로 속입니다. 1인칭 화자의 내레이션은 신뢰할 수 없는 서술(unreliable narrator)의 전형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화자 vs. 진실”의 대립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2-3-2. 상징과 복선의 치밀함

    “토니”가 젊은 시절 목격한 자살자의 시신은 인생의 불안정성을 암시하고 앵무새 표본(“플로베르”의 앵무새와의 연결)은 진실을 복제하는 기억의 무의미함을 상징하며 과거의 편지는 현재의 “토니”에게 ‘죄의 증거’가 되면서 서사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2-3-3. 제목의 다층성

    제목 ‘The Sense of an Ending’는 문학평론가 “프랭크 커모드”(Sir John Frank Kermode 1919~2010)의 동명 이론서에서 차용했는데 “커모드”가 “인간은 종말을 상상함으로써 삶에 질서를 부여한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토니”는 인생의 끝을 정의하려는 욕망 속에서 오히려 혼란에 빠집니다.

     

    2-4. 철학적 질문: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알 수 있는가?

    2-4-1. 헤겔의 변증법 vs. 인간의 한계

    “애드리안”은 “헤겔”을 인용하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토니”의 기억은 패배자의 자기기만으로 드러납니다.

    2-4-2. 실존적 고독

    “반즈”는 “타인의 인생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암시합니다. “베로니카”와 “애드리안”의 진실은 “토니”의 인식 범위를 넘어섭니다.

     

    3. 결론

     

    이 소설은 인생의 해답을 주지 않고 오히려 “진실은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것”이라는 불편한 깨달음을 전합니다. “토니”가 최후에 맞닥뜨린 것은 과거의 죄책감이 아니라 기억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용기로 “반즈”는 이 작품을 통해 문학이 진실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는 장임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소설처럼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 소설의 결말을 쓸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라는 이 한 줄이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끝맺음의 의미’는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 각자가 자신의 기억을 성찰하게 만드는 영원한 미완의 텍스트로 남을 것입니다.

     

     

     

     

    "기억은 곧 정체성이다. 나는 이것을 믿어왔다…

    아마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줄리언 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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