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5.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Historia de una ballena blanca)인문학 2025. 4. 8. 18:56728x90반응형
1. 개요
칠레의 대표적 작가이자 활동가인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úlveda 1949~2020)는 문학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 이야기꾼으로 그의 작품은 단순한 문학적 아름다움을 넘어 환경 보호, 인권, 인간애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1949년 10월 4일 칠레 오발레에서 태어나 2020년 4월 16일 코로나19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삶은 고난과 투쟁 그리고 끝없는 여정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출생 당시 그의 가족은 중산층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는 사회적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15세에 칠레 공산당 청년단에 가입하며 정치적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부를 열렬히 지지했지만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로 인해 인생은 급격히 변모합니다.
“아옌데” 정부가 무너지고 군부 독재가 시작되자 “세풀베다”는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히며 투옥되어 2년 반 동안 고문과 감금을 겪었고 결국 국제 앰네스티의 개입으로 석방됩니다. 그러나 고국에서의 삶은 여전히 위험했기에 그는 1977년 칠레를 떠나 긴 망명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망명 행적은 남미와 유럽을 오가는데 “에콰도르”에서 아마존 원주민 보호 운동에 참여했고 “니카라과”에서는 “산디니스타” 혁명을 지원했습니다. 이 시기 그는 환경 문제와 원주민 권리 보호에 깊이 관여하며 훗날 작품의 주제로 삼게 될 소재들을 체험으로 축적했습니다. 1980년대 초 독일 함부르크로 건너간 그는 “그린피스”와 함께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며 전 세계를 누볐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속에 생생한 현장감과 실존적 고민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함의 미학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복잡한 서사 구조나 난해한 상징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추구했으며 특히 동화와 우화 형식을 빌려 어린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특징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한 물고기’와 같은 작품은 유년기 독자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성인 독자에게는 속도중심 사회를 성찰하게 합니다. 또한 그는 여행자라는 정체성을 문학에 투영했는데 그의 등장인물들은 고향을 떠나 먼 곳을 방랑하거나 정글, 바다, 사막 같은 미지의 공간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겪습니다. 이는 군사 독재로 인해 고국을 잃고 15년간 20개국 이상을 떠돌았던 그의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작품 속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문명과 자연, 억압과 자유가 충돌하는 상징적 무대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탐구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아마존의 파괴, 해양 오염, 동물 권리 등 생태학적 문제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그는 "자연은 우리가 빌려 쓰는 것일 뿐,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며 환경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학의 힘에 대한 믿음으로 그는 인터뷰에서 "문학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에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라고 말하며 작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쓰였기에 더욱 강력한 울림을 전합니다.
1-1. 연애소설을 읽 노인(Un viejo que leía novelas de amor 1989)
“세풀베다”의 데뷔작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문명과 야생의 충돌,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를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 볼라뇨”는 문명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정글로 들어간 노광부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외부인들과 대립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 파괴와 원주민 문화의 소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1-2. 고양이를 사랑한 물고기(Historia de una gaviota y del gato que le enseñó a volar 1996)
어린이와 성인을 아우르는 우화적 스토리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기름 유출 사고로 죽어가는 갈매기가 고양이에게 새끼를 맡기는 이야기를 통해 생태계의 연결성과 이타심을 강조습니다. 특히 고양이 “소르베”와 갈매기 새끼 “아포르타다”의 관계는 종(種)을 초월한 보살핌과 책임감을 상징하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유쾌하게 전달했습니다.
2. 내용
2019년 발표된 이 작품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유작으로 2020년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마지막 문학적 메시지이자 환경에 대한 경고장입니다. 거대한 달빛 향유고래 “모차 딕”(Mocha Dick)이 인간의 탐욕에 맞서 바다의 평화를 지키는 투쟁을 그리며 자연과 문명의 갈등을 우화적으로 풀어냅니다. “세풀베다”는 생전 환경 운동가이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한 작가로서 이 책에서도 생명의 존엄성과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세풀베다”의 대표작 ‘연애 소설 읽는 노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메시지를 동화 형식에 녹여낸 점이 특징입니다.
2-1. 줄거리
달빛 향유고래 “모차 딕”은 칠레 남단의 바다에서 “라프켄체” 부족과 특별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이 부족은 죽은 자의 시신을 고래들이 수평선 너머의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모차 딕”은 이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고래잡이들이 등장하며 평화는 깨집니다. 인간들은 거대한 배를 타고 바다를 점령하고 작살과 포격으로 고래들을 학살하며 자원을 착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차 딕”은 인간의 이중성을 목격합니다. 초기 인간이 바다를 두려워하며 작은 배로 항해할 때의 겸손함과 달리 기술을 발전시킨 후의 탐욕과 폭력은 고래를 경악시킵니다. 특히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서 자기와 비슷한 이들을 공격하는 종은 인간밖에 없는 것 같다"는 고래의 독백은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읽힙니다.
2-2. 주제 분석
2-2-1. 인간의 탐욕 vs. 생명의 신성성
이 작품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고발합니다. 고래잡이들은 “모차 딕”을 "저렇게 커다란 동물을 무엇에다 쓸까?"라며 상품화하고 바다의 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합니다. 이는 현실에서의 남획, 해양 오염, 기후 위기와 직결되는 문제로 “세풀베다”는 이러한 탐욕이 결국 인간 자신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임을 암시하며 "백여 개의 작살이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돌아오기 전에 멈출 수 있을까"라고 경고합니다.
2-2-2. 원주민과의 조화로운 공존
“라프켄체” 부족은 자연과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델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허락된 최소한의 것만 취하고 고래와의 약속을 존중합니다. 이는 “세풀베다”가 아마존 원주민 보호 운동에 참여했던 경험과 연결 지어 볼 때 원주민 문화와 생태 지식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2-2-3. 자유의 의미
작품 속 수평선 너머의 세계는 자유의 상징입니다. 고래는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라프켄체” 부족의 시신을 이곳으로 인도함으로써 영혼의 해방을 돕습니다. “세풀베다”는 "자유는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철학을 고래의 투쟁을 통해 재확인시킵니다.
2-3. 문학적 특징
2-3-1. 동화 형식의 보편성
“세풀베다”는 복잡한 정치적 메시지를 동화라는 접근성 높은 형식에 담았습니다. ‘고양이를 사랑한 물고기’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특히 고래의 시선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체로써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2-3-2. 모비 딕과의 대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오마주한 이 작품은 백경과의 투쟁을 자연의 복수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합니다. ‘모비 딕’의 “에이햅” 선장이 백경을 증오로 추적한다면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의 “모차 딕”은 생존을 위해 싸우는 존재입니다. “세풀베다”는 자연의 눈으로 바라본 ‘모비 딕’을 창조함으로써 문명 비판의 새로운 층위를 열었습니다.
2-3-3. 서정적이지만 날카로운 문체
"고래는 오래전부터 인간들을 보아왔다"로 시작되는 서문은 신화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고래의 시간감각과 인간의 단기적 욕망을 대비시킵니다. "수평선과의 대결이 두려워 잠시도 해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집요한 인간" 같은 표현은 시적인 유머로 인간의 모순을 포착합니다.
2-4. 세풀베다의 유산
“세풀베다”는 이 작품을 통해 생태 위기 시대의 문학적 대응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2025년 현재 해양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은 그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단순한 환경 보호 호소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 정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공생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3. 결론
“루이스 세풀베다”는 펜으로 혁명을 일으킨 작가였으며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가능성을 믿으라고 말합니다. “모차 딕”의 투쟁이 상징하듯 작은 실천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늘날 더욱 절실합니다. 이 책을 덮으며 독자는 자신의 수평선 너머가 무엇인지 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세풀베다”가 우리에게 남긴 끝나지 않은 대화의 시작입니다.
"작가는 죽어도 그의 이야기는
독자들과 함께 살아남는다."(루이스 세풀베다)
728x90반응형'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687. 단층선(Fault Lines) (4) 2025.04.10 686.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Stop Overthinking) (8) 2025.04.09 684. 블라인드 웨딩(The Last One at the Wedding) (4) 2025.04.07 683. 끝맺음의 의미(The Sense of an Ending) (8) 2025.04.06 682. 어떻게 공부할지 막막한 너에게(Learning How to Learn: How to Succeed in School Without Spending All Your Time Studying) (4)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