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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과학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닐 아난타스와미”(Anil Ananthaswamy)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신경과학부터 양자물리학까지 그의 작품은 과학의 추상적인 영역과 일상적인 경험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선사합니다. 그는 인도에서 태어나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공학도의 길보다는 과학의 본질을 탐구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데 더 큰 열정을 느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크루즈(UC Santa Cruz)에서 과학 저널리즘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후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네이처”(Nature), “콴타 매거진”(Quanta Magazine)등 유명 과학 매체에 기고하며 과학계에서 입지를 다져나갔습니다. 공학적 논리성과 인도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는 그의 독특한 배경은 후일 저서에서 과학과 철학, 인간 정신의 교차점을 탐색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과학은 인간의 이야기이며 데이터 너머에 항상 사람이 있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과학자를 영웅화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집요한 호기심과 실패를 겸손하게 기록하는데 예를 들어 ‘Through Two Doors at Once’에서 그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겪은 수많은 실패와 우연한 발견을 강조하며 과학이 고립된 천재의 업적이 아니라 협력과 끈질김의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그는 은유와 일상적인 예시를 적극 활용합니다. 양자 중첩을 "동시에 두 문을 통과하는 순간"으로 묘사하거나 뇌 손상을 "자아의 서랍장이 흩어지는 경험"에 비유함으로써 추상적 개념을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는 단순한 과학 해설자를 넘어 철학적 질문을 유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의 책은 신경과학, 물리학 교양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대학 강의 교재로도 널리 사용됩니다. 특히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그의 저작이 환자 이해를 돕는 자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성 측면에서도 기여했습니다. 인도 출신으로 비서구적 시각을 과학 저술에 접목하며 서구 중심의 과학 담화에 신선한 관점을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The Edge of Physics’에서는 남극 기지의 과학자들이 현지 원주민과 협력하는 모습을 기록하며 과학의 글로벌 협력을 강조합니다.
그의 작업은 과학이 단순히 방정식과 실험실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탐구하는 여정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는 과학의 난제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탐색합니다. 과학 애호가뿐 아니라 철학, 문학, 심리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넓은 영감을 줍니다. 복잡한 개념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과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통찰력 덕분에 그는 현대 과학 저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은 독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새롭게 불태우며 지식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1-1.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The Man Who Wasn’t There 2015)
"자아“(self)라는 개념에 도전하는 신경과학적 탐구서로 ”아난타스와미“는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BIID Body Integrity Identity Disorder), 알츠하이머, 조현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사례를 추적하며 "내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팔이 낯선 존재처럼 느껴져 절단을 원하는 환자, 혹은 기억 상실증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뇌 과학이 해석하는 "자아"의 유동성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이 책은 2016년 PEN/E.O. 윌슨 문학과학작품상을 수상하며 그의 필력과 통찰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2. 한 번에 두 개의 문을 통해(Through Two Doors at Once 2018)
양자역학의 가장 유명한 실험인 이중 슬릿 실험을 중심으로 과학자들의 도전을 조명합니다. “아인슈타인”, “보어”, “파인만” 등 역사적 인물부터 현대 연구자들까지 양자 세계의 역설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서사적으로 그립니다. 특히 "양자 중첩"과 "관측자 효과" 같은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며 독자가 양자물리학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게 합니다.
1-3 물리학의 끝(The Edge of Physics 2010)
지구의 극한 환경(남극, 시베리아, 히말라야 등)에 위치한 천문대와 실험실을 직접 방문한 기록으로 암흑물질, 중력파, 빅뱅의 증거를 찾는 과학자들의 열정을 생생히 전달하며 과학적 탐구가 얼마나 장엄하고 인간적인 여정인지를 보여줍니다.
2. 내용
이 작품은 뇌 과학의 최전선에서 펼쳐지는 “자아”(自我) 탐구의 기록으로 알츠하이머, 조현병, 코타르 증후군, BIID(신체통합감 장애) 등 다양한 신경학적 장애를 앓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자아"가 어떻게 구성되고 붕괴되는지 분석하며 인간 존재의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휴머니즘과 과학적 엄밀성을 결합한 필력으로 2016년 PEN/E.O. 윌슨 문학과학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습니다.
2-1. 자아의 해체: 뇌 장애가 드러내는 '나'의 환상
2-1-1. 코타르 증후군: "나는 죽었다"는 확신
중증 우울증과 뇌 기능 이상으로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믿는 “그레이엄”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의 뇌 스캔 결과 정서와 내적 감각을 처리하는 전두-두정네트워크의 대사 활동이 극도로 저하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신체적 욕구와 감정의 연결고리를 상실했고 "죽은 존재"라는 망상을 고집하게 되었습니다.
2-1-2. BIID: 내 몸이 낯설 때
건강한 팔다리를 절단하고 싶어 하는 BIID 환자들은 뇌의 신체 지도(body map) 결함으로 인해 특정 부위가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실험에서 고무손 착각 실험은 뇌가 얼마나 쉽게 신체 소유감을 조작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BIID의 기작을 설명합니다.
2-1-3. 알츠하이머와 자아의 이중성
알츠하이머 환자는 에피소드 기억(삶의 이야기)을 잃어 내러티브 셀프(narrative self)가 붕괴되지만 체화된 셀프(embodied self)는 보존됩니다. 한 환자는 언어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유대교 기도문을 정확히 암송했는데 이는 반복된 신체적 경험이 뇌를 넘어 근육에 각인된 결과입니다.
2-2. 뇌 과학이 밝혀낸 자아의 메커니즘
2-2-1. 예측 기계로서의 뇌
뇌는 신체 움직임과 감정을 예측하며 자아를 구성합니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운동 명령의 사본(copy)을 생성하지 못해 자신의 행동을 외부의 힘으로 인식합니다. 이는 "행동 기감(sense of agency)"의 결여로 환자가 스스로를 간질여 웃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2-2. 감정과 현실감의 연결
비현실감(depersonalization)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감정 예측이 실패해 세계가 꿈처럼 느껴집니다. 뇌가 감각 입력과 내적 예측을 통합하지 못하면 자아는 현실과의 접점을 상실합니다.
2-2-3. 자폐증과 예측 오류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뇌의 예측 오류 감도와 관련됩니다. 과도한 예측 오류로 인해 세부 사항에 집중하거나 사회적 단서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2-3. 철학적 도전: 자아는 환상인가?
“아난타스와미”는 뇌 과학의 발견이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근본적으로 흔든다고 지적합니다. 코타르 증후군 환자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 BIID 환자의 신체 불일치감은 자아가 뇌의 동적 네트워크에서 일시적으로 구축된 환상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불교 철학의 '무아‘(無我) 개념과 비교하며 뇌 손상 사례가 오히려 자아의 비실체성을 입증한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과학과 동양 사상의 융합적 시각으로 독자에게 "자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촉발합니다.
2-4. 과학 저술의 새로운 지평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임상적 감수성과 “라마찬드란”(Vilayanur Subramanian Ramachandran)의 실험적 엄밀성을 결합하여 환자 이야기를 단순한 병리 사례로 가 아닌 인간성 탐구의 창으로 활용하며 “뉴 사이언티스트”로부터 감동적이며 과학적 엄정함을 견지한 여정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은유적 설명이 돋보이는데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 상실을 "자아의 서랍장이 무너지는 과정"에 비유하며 복잡한 신경과학을 직관적으로 전달합니다.
3. 결론
이 책은 신경과학의 성과를 넘어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뇌 장애를 앓는 이들의 경험이 "정상"이라 불리는 우리의 자아 인식에 비친 거울임을 깨닫게 합니다. “Ananthaswamy”는 "자아는 환상이지만 그 환상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라는 역설을 통해 과학적 호기심과 철학적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당신이 읽는 이 문장을 해석하는 '나'는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할 때 우리는 이 작품이 제시하는 지적 여정의 깊이를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단지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게 해 줄 뿐이다"(아닐 아난타스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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