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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7.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Good Economics, Bad Economics)
    인문학 2025. 7. 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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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세계적으로 8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앵거스 디턴”(Sir Angus Stewart Deaton 1945~)의 연구는 더욱 빛을 발했는데 그의 '소비 분석 이론'은 각국 정부가 취약 계층에 효과적인 지원 정책을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지침을 제공했습니다. 이 스코틀랜드 출신 경제학자는 단순한 숫자의 학자가 아니라 삶의 질을 측정하는 인간 경제학의 대부로 불립니다. 1945년 10월 19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광부였던 아버지의 소망대로 교육의 기회를 얻었지만 청소년기까지 가정 형편은 여전히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집안에 돈이 거의 없어서 항상 돈의 영향력을 걱정했다"라고 그는 회고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빈곤과 불평등 연구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1. 노벨 경제학상 수상까지의 여정

    장학생으로 피츠윌리엄 칼리지에 입학해 1967년 경제학 학사, 1974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그의 박사 논문은 ‘소비자 수요 모델과 영국 적용’으로 이는 훗날 노벨상의 밑거름이 됩니다. 1976년 브리스톨 대학교에 경제학 교수로 부임한 직후인 1978년 그는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뛰어난 논문을 발표한 이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상인 “프리슈 메달” 최초 수상자로 선정됩니다. 1983년 프린스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후 3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했습니다. 2015년 '소비, 빈곤, 복지 분석'에 대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

     

    1-2. 세상을 바꾼 세 가지 혁명적 이론

    1-2-1. AIDS 모델: 소비의 DNA를 해부하다

    1980년 “존 뮐바워”(John Norbert Joseph Muellbauer 1944~)와 공동 개발한 '준 이상 수요체계‘(AIDS: Almost ideal demand system)는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는 혁신적 도구입니다. 기존 모델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가정에 의존했던 반면 ‘AIDS 모델’은 실제 데이터를 유연하게 반영해 식료품부터 주유, 의류 등 8개 비내구재 그룹의 소비 패턴을 예측하여 미국경제학회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논문 20편'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정부 정책 수립과 기업 마케팅 전략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1-2-2. 디턴 역설: 소비의 수수께끼를 풀다

    1987년 “디턴”이 발견한 '디턴 역설'은 기존 경제 이론을 뒤흔든 혁신적 발견으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의 '영구소득가설'에 따르면 소비는 사회의 총소득과 함께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소득 변동보다 소비 변동이 훨씬 작음을 보여줬는데 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디턴”이 제안한 '완충재고 저축모델'은 오늘날 가계 저축과 소비 행동 연구의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1-2-3. 가구 조사: 빈곤의 실체를 드러내다

    1997년 출간된 '가구 조사 분석'은 개발도상국 빈곤 연구의 판도를 바꾼 역작으로 그는 복잡한 경제 모델 대신 실제 가구 조사 데이터에 기반한 미시경제적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1-3. 미국의 어두운 그늘

    2015년 “디턴”은 아내이자 동료인 “앤 케이스”(Anne Catherine Case 1958~프린스턴 대학 교수)와 함께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중년 백인 미국인들의 사망률이 역설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특히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남성의 경우 자살, 약물 과다복용,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해 '절망의 죽음‘(Deaths of Despair)이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습니다. 2020년 “디턴” 부부는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했는데 그들은 미국 의료 시스템이 자유시장과는 거리가 먼 복잡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제약 회사와 보험사의 이익이 환자 건강보다 우선시되는 시스템을 비판했습니다.

     

    1-4. 글로벌 빈곤에 대한 도발적 통찰: "원조는 해롭다"

    “디턴”은 전통적 원조 패러다임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1960-2010년간 5조 달러가 넘는 원조 자금이 제공되었음에도 빈곤 감소 효과가 미미한 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원조가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원조는 가난한 사람들이 삶을 개선하는 걸 방해하는 발목 잡이이자 장애물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대안은 단순하지만 근본적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의 성공 사례에서 힘을 얻는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대규모 외부 원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이루어졌음을 강조합니다.

    1-4-1. 사회 계약 재구축: 정부와 시민 간의 신뢰 회복이 발전의 핵심

    1-4-2. 글로벌 공공재 투자: 말라리아 백신, 고 수확 종자, 위생 기술 등에 집중

    1-4-3. 제약 산업 혁신: 저소득국가도 접근 가능한 저가 약품 개발 유도

     

    1-5. 경제학의 미래를 향한 경고

    2024년 “디턴”은 자신이 평생 추구해 온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미국의 경제 문제’에서 그는 경제학이 철학, 역사학, 사회학과 단절되면서 인간 삶의 본질을 놓쳤다고 반성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가 그랬듯 다른 학문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라며 그의 최근 관심사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확장됩니다.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들이 현재 내야 할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꿈'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당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사는지에 달렸다.", "의료비 지출이 노동자 계층의 임금을 잠식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2024년 6월에는 16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함께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1-6. 위대한 질문가

    “디턴”은 이론의 정교함보다 삶의 본질적 질문을 중시합니다. "왜 인도의 빈민들은 경제 성장에도 칼로리 섭취가 줄고 있는가?", "왜 소녀보다 소년에게 더 투자하는 가구가 발견되지 않는가?" 같은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의문들이 그의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80세인 지금도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경제학의 인간화를 주장합니다. 숫자와 통계 너머에 있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그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그의 작업은 경제학이 단순한 자원 배분의 학문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위한 도구임을 상기시킵니다.

    2. 내용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은 평생을 경제학 연구에 헌신해 온 학자이자 경제학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해 온 인문학적 사유자로 그의 저서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Good Economics, Bad Economics)은 단순히 수치와 모델로 세계를 재단하는 전통적 경제학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중심에 두는 경제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입니다. “디턴”은 이 책에서 경제학이 개인과 사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재검토하며 과연 어떤 경제학이 ‘좋은 경제학’인지 질문합니다.

     

    2-1. 경제학은 정말 중립적인가?

    “디턴”은 경제학이 오랜 시간 동안 과학적 중립성을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장만이 최선이다”, “성장이 곧 복지다”라는 식의 사고는 단순한 경제 이론이 아니라 특정한 이데올로기이며 특히 ‘나쁜 경제학’이 개발도상국과 빈곤층을 다룰 때 얼마나 폭력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예를 들어 빈곤 국가에 외부 전문가들이 들이닥쳐 실험을 하듯 개입하고는 그 효과를 일반화하거나 경제성장 수치를 근거로 삶의 질을 단정하는 방식은 인간의 실제 고통을 지워버리는 계산인 것입니다.

     

    2-2. 무지한 전문가의 오류

    “디턴”은 자주 경제학자들이 현장을 모른 채 정책을 설계한다고 비판합니다. 통계와 데이터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삶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으로 그는 의료, 교육, 개발원조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숫자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고통과 맥락을 이해하려면 직접적인 삶의 경험과 윤리적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어떤 정책이 평균적으로 소득을 올렸다고 해도 그로 인해 심각한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그것은 ‘나쁜 경제학’이라는 것입니다.

     

    2-3. 빈곤, 복지, 그리고 자율성

    그는 빈곤을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성의 상실로 봅니다. 이는 전통적 경제학의 사고와는 다른 접근으로 사람들은 단순히 수입이 적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존엄을 잃을 때 절망에 빠지는데 따라서 좋은 경제학은 사람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그들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디턴”은 말합니다. 그는 복지를 단지 돈을 나눠주는 구조가 아닌 사람들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제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4. 경제학의 윤리적 전환

    “디턴”은 경제학이 다시 윤리학과 철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정의롭지 않은 세상에서 기술만 뛰어난 경제학은 위험하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경제학이 기술적 도구에서 인간적 과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은 정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성장의 혜택이 누구에게 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좋은 경제학의 출발점입니다.

     

    2-5. 현장성과 겸손함,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

    “디턴”은 책 전반에서 경제학자들에게 더 큰 겸손을 요구합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말고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지식을 존중하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지 학문적 태도를 넘어서서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사람을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윤리적 제안입니다. ‘좋은 경제학’은 책상 위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살아 있어야 하며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해야 합니다.

     

    3. 결론

     

    이 책은 독자에게 단순한 경제 이론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사회과학이 잃어버린 인간성 회복을 위한 성찰의 기록이며 경제학이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제안입니다. “디턴”은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이 사람을 위한 학문일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예 그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겸손하고 정의로우며 무엇보다 인간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만.”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경제학’이란 결국 더 좋은 삶을 위한 경제학이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것(Making)과 가져가는 것(Taking)은 다르다"[앵거스 디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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