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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예감: 팬데믹 이야기(The Premonition: A Pandemic Story)인문학 2025. 7. 3. 11:52728x90반응형
1. 개요
우리는 종종 복잡한 세상 속에서 숨겨진 연결고리를 놓치곤 합니다. 금융 시장의 난해한 움직임, 스포츠의 승패를 가르는 미묘한 요소, 교육 시스템의 숨은 불평등 등등... 이런 것들을 명쾌하게 해부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유명한 작가가 있는데 “마이클 먼로 루이스”(Michael Monroe Lewis 1960~)는 월가의 금융 괴물들부터 메이저리그의 통계 혁명가, 고속 알고리즘 트레이더부터 교육 제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교사까지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파고들어 단순한 사실 기록이 아닌 섬세한 인간 드라마와 통찰로 가득 찬 걸작들을 탄생시켜 왔습니다.
1-1.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
1989년 그는 '라이어스 포커: 월가의 괴물들이 떠오르다‘(Liar's Poker: Rising Through the Wreckage on Wall Street)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합니다. 이 책은 그가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미술사 전공)와 런던 정치경제대학(LSE)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친 후 “살로먼 브라더스”(Salomon Brothers)에서 채권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1980년대 후반 월가의 광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탐욕, 허영, 엄청난 위험 감수 그리고 종종 무모하기까지 한 금융 문화를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했습니다. 특히 “빅 스위니 존 구트프룬드”(John Gutfreund 1929~2016)와 차기 슈퍼스타 “존 메리웨더”(John Meriwether 1947~) 같은 실존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는 압권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파생상품의 부상과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조기 경고한 선구적 저작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한 책으로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루이스”는 복잡한 금융 개념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이때부터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1-2. 머니볼(Moneyball)
2003년 출간된 '머니볼: 불공정한 게임을 이기는 기술’(Moneyball: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은 단순한 스포츠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빌리 빈”이라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과 “폴 디포데스타” 같은 분석가들이 기존의 관행과 편견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당시 메이저리그는 전통적인 스카우팅 방식(외모, 스타성, 과거 성적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고 자금력이 약한 “오클랜드”는 슈퍼스타를 영입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빈”과 그의 팀은 출루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 등 기존 스카우트들이 무시하던 통계적 지표(Sabermetrics)에 집중하여 저렴하지만 가치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조합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둡니다. “루이스”는 이 혁명적인 접근법을 흥미진진한 시즌 기록과 “빈”의 고군분투 그리고 프로야구 계 내부의 강한 저항 속에서의 승리로 그려냅니다. '머니볼'은 스포츠의 판도를 바꾼 책일 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의 중요성을 전 산업에 걸쳐 각인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이후 수많은 분야에서 “우리의 머니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3. 빅 쇼트(The Big Short)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원인과 진행 과정은 복잡다단했습니다. 2010년 출간된 '빅 쇼트‘(The Big Short: Inside the Doomsday Machine)는 이 엄청난 사건의 핵심과 위기를 예측하고 그 파국에 베팅한 소수의 천재(혹은 괴짜) 투자자들의 시각에서 파헤칩니다. “스티브 아이스먼”, “마이클 버리”, “그레고리 리프먼” 그리고 “찰리 레들리”와 “제이미 시플리”가 이끄는 “코너리 프라임” 등 주류 금융계가 완전히 무시하던 신용파생상품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부도덕한 ’모기지 담보부 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의 거품과 위험성을 간파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루이스”는 복잡한 금융 상품 구조를 독특한 비유(예: 웨이터가 수영장에 오줌 싸는 비유)와 명쾌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 책은 단순히 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월가의 탐욕, 규제 기관의 무능력 그리고 금융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결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결국 그 대가를 고스란히 떠안은 것은 일반 대중이었다는 냉혹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이 책의 영향력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증명합니다.
1-4. 마이클 루이스의 작품 세계와 영향력
1-4-1. 복잡함을 명료하게
“루이스”의 가장 큰 재능은 금융, 통계, 기술, 교육 등 난해한 분야의 복잡한 개념과 시스템을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고 생생하게 풀어내는 능력에 있습니다. 그는 추상적인 숫자와 이론 뒤에 숨은 인간 이야기와 갈등을 끄집어내는 데 탁월합니다.
1-4-2. 숨겨진 패턴과 시스템을 드러내다
그의 책들은 표면적인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 비합리성, 숨겨진 인센티브 시스템을 파고듭니다. '라이어스 포커'의 월가 문화, '머니볼'의 야구 계 관행, '빅 쇼트'의 금융 공학 모두 시스템 자체의 결함에 대한 탐구입니다.
1-4-3. 비주류의 승리(때로는 패배)
“루이스”는 종종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비주류 인물들(빌리 빈, 아이스먼/버리, 카츠야마)을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그들의 혁신적인 사고, 고집 그리고 때로는 좌절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과 저항의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1-4-4. 데이터와 인간 이야기의 조화
그는 데이터와 통계를 무시하지 않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개인의 운명, 조직의 결정, 사회의 방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인간의 욕망과 결단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1-4-5. 시사적 영향력
“루이스”의 책들은 단순한 베스트셀러를 넘어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고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해당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머니볼'은 스포츠 산업 전반에 '빅 쇼트'는 금융 규제 논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1-5. 왜 지금 마이클 루이스인가?
우리는 인공지능, 빅 데이터, 초고속 통신이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금융은 더욱 복잡해지고 알고리즘은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가 되었으며 교육은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요구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마이클 루이스”의 작품들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책이 아닙니다.
1-5-1.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
'머니볼'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경쟁력과 공정성을 좌우하는 시대에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합니다.
1-5-2. 시스템적 사고의 필요성
개별 사건이나 인물의 탓이 아니라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더 큰 시스템과 구조를 이해해야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음을 '빅 쇼트'가 일깨워줍니다.
1-5-3. 도전과 혁신의 가치
안주하는 기존 질서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라이어스 포커'의 월가가 그랬고, '머니볼'의 전통 스카우팅이 그랬습니다. “루이스”가 그리는 비주류 혁신가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상기시킵니다.
1-5-4. 탐욕과 윤리의 경계
그의 책들은 특히 금융 분야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탐욕, 위험, 윤리의 문제를 날카롭게 직시하게 만듭니다. 이는 AI 윤리, 플랫폼 독점 등 현대의 새로운 문제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2. 내용
2020년 초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에 경악했을 때 "왜 과학적으로 가장 진보한 국가가 팬데믹에 가장 무기력하게 무너졌는가?"라는 의문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The Premonition: A Pandemic Story’(2021)는 이런 의문에 대한 충격적인 답변으로 30년간 금융, 스포츠, 사회 시스템의 숨은 진실을 파헤쳐온 논픽션의 마에스트로는 미국 공중보건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을 해부합니다. 그의 날카로운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팬데믹이 단순히 바이러스의 재앙이 아닌 인간이 만든 시스템 실패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2-1. 예고된 재앙을 막은 이름 없는 영웅들
“루이스”가 조명한 첫 번째 핵심 인물은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관 “채리티 딘”(Charity Dean)입니다. 그녀는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확산되는 이상 폐렴 보고서를 접한 직후 "이것은 SARS보다 10배 위험하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주택 벽면에 "Courage is muscle memory"(용기는 근육 기억이다)라는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그녀는 공무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초기 봉쇄를 주장했으나 상부의 무관심에 부딪혔습니다.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대규모 검사, 격리 조치를 거부했고 결국 귀국한 우한 교민들은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동시에 워싱턴에서는 “카터 메처”(Carter Mecher) 박사를 중심으로 한 7명의 의사 그룹 “울버린즈”(The Wolverines)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2005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만들어진 팬데믹 대비 팀 출신으로 15년간 사스, 조류독감 위기 때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팬데믹 대응팀을 해체하면서 이들은 불법적 활동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밤마다 화상회의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 지자체에 무단으로 권고안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2-2. CDC: 방역의 최전선이 무너진 진짜 이유
“루이스”의 책이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CDC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친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이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루이스”는 "CDC의 정치화는 40년 전부터 시작됐다"라고 지적합니다. 1976년 돼지독감 백신 파동으로 디렉터가 사임한 이후 CDC 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치적 자리로 전락했고 점점 해고가 두려운 예스맨들이 채워졌으며 2020년 초 CDC의 대응은 두 단계로 요약되는데 "괜찮다"(초기 위험 경고 무시)와 "이미 늦었다"(확산 후 포기 선언)입니다. “로버트 레드필드”(Robert Redfield) 당시 CDC 소장은 우한에서 귀국한 미국인 검사를 “포로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라며 거부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CDC 내부 문화였는데 ”루이스“가 인터뷰한 한 관계자는 "잘못된 결정으로 해고될까 봐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른바 "조직적 비겁함의 제도화"였으며 결과적으로는 용기 있는 직원들은 숙청되고 체제 순응자들만 남았습니다.
2-3. 과학적 통찰이 무시된 순간
“울버린즈”의 핵심 전략은 ‘레이어드 미티게이션’(Layered Mitigation)이었는데 “메처” 박사는 "스위스 치즈 모델"로 설명했습니다. 치즈 조각 각각은 구멍(방어 실패)이 있지만 여러 층을 겹치면 구멍이 메워진다는 개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원격근무, 모임 제한 등 다중 방어층을 조기 적용해 감염 곡선을 평탄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1918년 스페인독감 당시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비교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시장이 20만 명 군중집회를 허용한 지 48시간 만에 병원이 붕괴됐고 세인트루이스는 첫 사례 발생 즉시 행사 취소해 사망률이 1/8로 낮았습니다. "연기가 걷히길 기다려선 안 된다. 뚜렷해질 때쯤이면 이미 늦는다"라는 교훈이었습니다. 그러나 CDC는 이런 데이터를 무시했습니다. 2020년 2월 “울버린즈”가 작성한 학교 폐쇄 권고안은 CDC 상부에 의해 거부되었고 결국 미국은 유럽에 비해 3~4주 늦게 봉쇄에 돌입했습니다. “루이스”는 미국이 호주처럼 통제할 기회를 잃은 결정적 순간이라고 기록합니다.
2-4. 팬데믹이 드러낸 시스템의 역설
“루이스”가 책 말미에 제기하는 근본 질문은 "왜 사회는 재난 예방보다 재난 대응에만 돈을 쓰는가?"입니다. 팬데믹 대비팀을 해체한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는 동시에 그는 더 깊은 문제를 지적합니다. "우리 사회는 시장에 극단적으로 의존한다. 수익이 나는 것만 장려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외면한다. 예방은 수익이 안 나지만 질병이 확산되면 검사 키트·치료제로 기업이 돈을 번다. 즉 실패한 팬데믹 대응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인 셈이다." 이러한 예방의 역설은 공중보건 시스템뿐 아니라 기후위기, 금융규제 등에서 반복됩니다. “채리티 딘”은 결국 공직을 떠나 의료 스타트업을 창업했는데 그 이유가 암시적으로 "민간 기업이 오히려 공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라는 절망적인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2-5. 다음 재앙을 막기 위한 3가지 혁신적 사고법
루이스가 책에서 보여준 “울버린즈”의 행동에서 우리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할 핵심 전략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2-5-1. 완벽함의 함정 피하기
"완벽한 답을 찾으려 하지 마라. 완벽한 답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메처 박사). CDC의 과도한 신중함이 초기 대응을 마비시켰듯 70%의 확신으로 100% 실행하는 것이 완벽한 계획의 무한 대기보다 낫습니다.
2-5-2. 전문가 맹신 타파하기
CDC의 권위에 기대어 책임을 회피한 주 정부와 달리 지방 보건관들은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독자적 조치를 취해 생명을 구했습니다. "전문가가 지도자이고 지도자가 전문가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너무 자주 이 가정들은 틀렸다."
2-5-3. 거대 문제를 분할하기
“메처” 박사의 스위스 치즈 전략은 난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프레임입니다. 하나의 완벽한 해법(백신)을 기다리지 않고 다수의 불완전한 조치를 중첩해 전체 효율을 높인 사례입니다.
3. 결론
“마이클 먼로 루이스”는 단순한 논픽션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현상들을 해부하는 탁월한 해설자이며 숨겨진 진실을 캐내는 고고학자이자 그 진실을 강렬한 인간 드라마로 승화시키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입니다. 그의 책 한 권 한 권은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렌즈를 제공합니다.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그의 글들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오늘날 그의 통찰은 그 어느 때보다 귀중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즐기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숨은 뼈대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위기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낸다."(마이클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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