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753. 짐승과 인간: 인간 본성의 근원에 대하여(Beast and Man)
    인문학 2025. 7. 1. 09:37
    728x90
    반응형

    1. 개요

     

    21세기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깊이 있는 통찰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은 갈라지고 인간과 자연은 단절되며 감정과 이성은 대립하는 듯합니다. 이런 분열의 시대에 영국의 여성 철학자 “메리 미즐리”(Mary Midgley 1919~2018)는 우리에게 귀중한 통찰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녀는 98년의 생애 동안 분석철학의 추상성, 과학주의의 오만, 인간 중심주의의 편협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삶 전체를 보라"라고 외쳤던 사상가입니다.

     

    1-1. 철학계의 반항아

    그녀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나 당시 대세였던 논리실증주의와 언어분석 철학에 깊은 회의를 품었는데 이 학파들은 철학을 언어 게임의 분석으로 축소시키고 윤리나 가치, 감정, 종교, 예술 등 삶의 핵심적이지만 논리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주제들을 철학의 영역에서 배제하려 했습니다. “미즐리”는 이를 과도한 청소광 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녀에게 철학은 실생활과 단절된 추상적 논의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탐구여야 했습니다.

     

    1-2. 인간 본성에 대한 총체적 시선

    “미즐리” 사상의 핵심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복합적 존재"라는 인식입니다. 그녀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성 중심주의와 이를 답습한 현대 과학의 인간 이해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1-2-1. 인간 = 이성이라는 환상

    “미즐리”는 인간을 오직 이성만을 가진 존재로 보는 시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감정, 본능, 사회적 유대, 신체적 욕구를 가진 "복잡한 포유류"입니다. 이성은 중요한 능력이지만 우리 존재의 전부도 아니고 다른 요소들과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습니다.

    1-2-2. 동물성의 재발견

    그녀는 특히 인간과 동물의 연속성을 강조했습니다. 인간의 사랑, 분노, 모성 본능, 협력 욕구 등은 동물 세계에서도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동물성은 저급한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근간이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인간 자신을 반쪽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녀의 저서 ‘야수와 인간’(Beast and Man)은 바로 이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1-2-3. 생태적 자아

    “미즐리”는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독립적 실체로 보는 관점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복잡한 생태계 속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입니다. 이 인식은 단순한 환경보호론을 넘어 "자연과의 연결감을 회복하는 것이 곧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깊은 철학적 통찰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그녀의 생태 철학의 기반입니다.

     

    1-3. 과학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

    “미즐리”가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대상 중 하나는 과학주의(Scientism)입니다. 과학의 놀라운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이 유일한 합리적 인식 수단이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1-3-1. 하나의 큰 이야기(One Big Idea)의 위험

    그녀는 특정 이론이나 패러다임(예: 진화심리학의 적응주의, 유전자 결정론, 뉴턴식 기계론)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며 다른 관점을 억누르는 현상을 "하나의 큰 아이디어의 폭정"이라 명명했습니다. 이런 환원주의는 현실의 복잡성과 풍요로움을 심하게 왜곡합니다. 그녀의 대표작 ‘진화론적 자기애’(The Solitary Self)는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등의 과도한 유전자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이 점을 명확히 합니다.

    1-3-2. 과학의 한계 인정하기

    “미즐리”는 과학이 물리적 세계를 설명하는 데 탁월하지만 가치, 의미, 도덕, 미적 경험 등 인간 삶의 핵심적 영역을 포괄하기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사랑이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충분히 답할 수 없습니다. 이 영역들은 인문학, 예술, 종교 등 다른 탐구 방식이 필요합니다.

    1-3-3. 도덕적 판단의 독자성

    과학적 사실만으로는 도덕적 결론이 도출될 수 없다는 것이 “미즐리”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다(Is)"에서 "~해야 한다(Ought)"로의 도약은 논리적 오류입니다.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사실은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결론을 필연적으로 이끌어내지 않으며 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도덕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미즐리”는 도덕 철학의 중요성을 이 점에서 재확인시켰습니다.

     

    1-4. 도덕성의 기초

    “미즐리”는 도덕성을 단순히 이성의 산물이나 사회적 계약의 결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의 영향을 받아 감정(Sentiments)이 도덕 판단의 핵심적 기초라고 보았습니다. 동정심, 연민, 분노, 죄책감 같은 감정들은 우리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안내자입니다.

    1-4-1. 사회적 동물의 도덕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입니다. 우리의 도덕 감정과 규범은 개인보다 큰 공동체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진화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공정함, 신뢰, 배려 같은 개념들은 사회적 관계없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미즐리”는 이 관점을 "심리학적 계약주의"라고 불렀습니다.

    1-4-2. 이성의 역할

    감정이 기초이지만 “미즐리”는 이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이성은 우리 감정을 성찰하고 일관성 있게 만들고 갈등을 해결하며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감정과 이성은 대립하지 않고 상호보완적입니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둘 다 건강하게 발달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1-5. 실천적 함의

    그녀의 사상은 21세기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데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1-5-1. 기후 위기와 생태적 전환

    인간과 자연의 근본적 분리를 비판한 그녀의 생태철학은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재위치 시키는 생태적 사고로의 전환을 촉구하는데 단순한 기술적 해결이 아닌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1-5-2. 과학기술 발전과 윤리적 딜레마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은 과학적 가능성과 윤리적 당위성 사이의 심각한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미즐리”의 과학주의 비판은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윤리적 논의를 독립적이고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합니다. 기술이 "할 수 있다"라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5-3. 양극화된 사회와 공동체 회복

    개인주의가 극대화되고 사회적 유대가 약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그녀가 강조한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 상호의존성은 공동체 의식과 연대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우리의 행복과 도덕성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납니다.

    1-5-4. 학문 간 융합의 필요성

    과학과 인문학의 단절은 심각한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해합니다. “미즐리”가 평생 주장했듯이 복잡한 현실 문제(기후변화, 빈곤, AI 윤리 등)는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총체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2. 내용

     

    1978년 출간된 이 책은 전통 철학계에 이중의 충격을 안겼습니다. “미즐리”는 이 책에서 서구 철학의 두 거대한 흐름을 동시에 공격했는데 인간 본성이 문화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주장인 인문학의 '백지 상태론'(Blank Slate)과 과학계의 유전자 결정론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9~2021)의 ‘사회생물학’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환원주의가 그것입니다.

     

    2-1. 도킨스와의 논쟁

    “미즐리”는 이 두 입장 모두 인간 본성의 복합성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는데 특히 “도킨스”와의 논쟁은 유명해져 "유전자 저글링(gene-juggling) 논쟁"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미즐리”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 "경험적 근거 없는 은유의 남용"이라며 "성급한 유전자 결정론이 인간 행동의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다"라고 반박했습니다.

     

    2-2. 인간성 재정의

    이 책의 핵심 공헌은 동물-인간 연속성 프레임을 구축한 데 있습니다. “미즐리”는 인간을 "복잡한 포유류"로 규정하며 세 가지 축에서 본성의 재구성을 시도했습니다. "인간의 도덕성은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로서 진화한 감정의 결과다. 개미나 늑대처럼 우리도 집단 안에서 조화를 추구한다."라고 그녀는 강조합니다.

    2-2-1. 이성과 감정의 통합

    이성은 감정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감정의 혼란을 조정하는 관리자임.

    2-2-2. 동물 행동학의 통찰

    “제인 구달”(Dame Jane Morris Goodall 1934~)의 침팬지 연구, “콘라트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1989)의 개 연구 등에서 인간 본성의 단서 발견.

    2-2-3. 도덕성의 생물학적 기초

    동정심, 연민과 같은 감정이 도덕 판단의 기반이며 이는 동물 세계에서도 관찰 가능

     

    2-3. 과학주의에 대한 경고

    그녀가 가장 강력하게 경계한 것은 과학주의(Scientism)였습니다. 그녀는 과학의 발전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과학이 유일한 진리 탐구 방법"이라는 주장에 반대했는데 특히 그녀가 제시한 “배수관 비유”는 철학의 실용성을 설명하는 명징한 은유로 유명합니다. "철학은 배수관과 같다. 우리는 배수관이 제대로 작동할 때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막히거나 고장 나면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 철학도 마찬가지로 우리 개념 체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이 비유는 그녀가 환원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했는데 그녀는 유전자 결정론이나 신경과학적 환원주의가 인간 경험의 풍요로움을 단순한 분자 운동으로 환원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보았습니다.

     

    2-4. 기후 위기 시대의 생명 철학

    이 책이 출간된 지 47년이 지난 오늘날 그녀의 통찰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인간-자연 이분법 해체는 기후 위기 시대의 핵심 화두이며 "혼합 공동체“(mixed community) 개념은 반려동물 권리 논쟁에 유효합니다. 또한 과학과 인문학의 대립을 넘어선 융합적 사고의 훌륭한 모델이 됩니다. 2025년 한국어판 서문에서 번역자는 "미즐리의 메시지는 AI와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 더욱 시급하다. 인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술만 발전시킬 때 우리는 자신의 창조물에 종속될 위험에 처한다."라고 섬뜩하게 강조합니다.

     

    2-5. 우리 안의 짐승, 짐승 안의 인간

    “메리 미즐리”의 유산은 분열된 지식의 재통합에 있습니다. 그녀는 평생을 "전체를 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역설했는데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간성을 동물성과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이분법이 과연 타당한가? 우리 안의 '짐승'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때, 비로소 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2025년 한국어로 처음 소개되는 ‘짐승과 인간’은 분과학문이 극에 달한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3. 결론

     

    “메리 미즐리”는 화려한 이론 체계를 구축한 철학자라기보다는 시대정신의 편협함을 정면으로 꿰뚫는 날카로운 비판자이자 현명한 조언자였습니다. "인간은 복합적이다. 세계는 복잡하다. 하나의 렌즈로 모든 것을 보려 들지 말라."라는 그녀의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강력합니다. 그녀는 이성과 감정, 인간과 동물, 개인과 사회, 과학과 인문학,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인위적 경계를 허무는 데 일생을 바쳤으며 그녀의 통찰은 우리가 점점 더 분열되고 편협해지는 듯한 이 시대에 전체를 보는 시야의 중요성과 상호 연결성의 깊은 진실을 일깨워줍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들 앞에서 여전히 신선하고 시의적절하며 우리가 더 넓고 깊게 생각하도록 그리고 더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격려합니다.

     

     

     

     

    "철학은 평생 우리가 의식하든 않든,

    잘하든 못하든 반드시 하는 일이다."(메리 미즐리)

    728x90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