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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95. 경이로운 한국인(Les Coréens merveilleux)
    인문학 2025. 4. 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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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장클로드 드 크레센조”( Jean-Claude De Crescenzo 1952~)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단순한 번역가나 학자가 아니라 두 문화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은 조용한 혁명가이자 예술적 중재자로 그의 업적은 한 개인의 열정을 넘어 한 나라의 문학을 또 다른 나라의 독자에게 온전히 소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는 1952년 마르세유에서 태어나 프랑스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는 원래 한국과 특별한 연고가 있었던 인물은 아니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한국 문학에 매료되었고 그 매혹은 곧 그의 삶 전체를 바꿔놓았습니다.

     

    그는 한국 문학이 지닌 섬세한 감정선, 복잡한 역사적 맥락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에 강하게 끌렸습니다. 특히 20세기 이후 현대 한국 단편소설의 매력에 깊이 빠졌고 이를 프랑스 독자들과 나누고자 결심했습니다. 그의 열정은 곧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고 2007년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프랑스 남부에서 “아틀리에 데 케이지”(Atelier des Cahiers)“라는 출판사를 창립했는데 이 출판사는 한국 현대 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일본 문학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반면 한국 문학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크레센조“는 대형 출판사가 관심 갖지 않던 한국 단편소설에 집중했고 작지만 탄탄한 한국 문학 전문 레이블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출판 사업이 아니라 문화적 실험이었고 그는 "우리는 문화의 씨앗을 심는 농부들이다"라고 말하며 성급한 수확을 바라지 않고 긴 호흡으로 한국 문학의 뿌리를 프랑스 땅에 내리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한국의 단편소설로 장편소설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오히려 짧은 분량 안에 강렬한 정서와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내는 한국 단편 문학 특유의 미학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황 석영”, “김 애란”, “박 민규”, “한 강” 등 현대 한국 문학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해 소개했으며 특히 “한 강”의 작품은 프랑스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단순히 글을 번역하는 것을 넘어 작품이 가진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뉘앙스를 세심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프랑스식 감성과 한국적 정서를 절묘하게 조율하는 번역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번역자에 머물지 않고 한국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 행사를 조직하는 데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전역에서 한국 문학 낭독회, 작가 초청 강연, 문학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여 프랑스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엑상프로방스”에서 열린 한국 문학 축제는 한국과 프랑스 문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행사가 되었으며 여기서 그는 프랑스 독자와 한국 작가들 간의 직접적인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이 만남들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오해를 좁히고 문학을 매개로 깊은 연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크레센조”의 노력은 한국 정부와 문학 기관에도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원(LTI Korea)과 긴밀히 협력하며 보다 많은 한국 문학 작품들이 프랑스어로 번역·출판되도록 힘썼습니다. 또한 프랑스 현지 대학과 문화 기관을 대상으로 한국 문학 강연 및 세미나를 개최하여 한국 문학에 대한 인식을 꾸준히 확장해 갔습니다. 그의 활동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지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그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한국 문학이 낯선 이국 문학이 아니라 하나의 깊이 있는 문학적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프랑스 독자들 사이에서 한국 문학은 감수성을 자극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문학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는 “Jean-Claude De Crescenzo”라는 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기울인 열정과 신념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거창한 수식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노력은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냈습니다. 한국 문학은 이제 더 이상 한국 내에만 머물지 않으며 “Jean-Claude De Crescenzo”와 같은 이들의 헌신 덕분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깊게 흘러들고 있습니다.

     

    1-1. 한국 단편선(Contes de Corée 2010)

    “Crescenzo”가 기획하고 번역한 한국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프랑스 독자들에게 한국 현대 문학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세대와 스타일의 작가들을 엄선해 소개했습니다. “황 석영”, “김 애란”, “한 강”, “박 민규” 등 한국 현대 문학의 주요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단편이라는 형식 안에 깃든 한국적 감수성"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 문학은 낯설고 이질적일 것이라는 프랑스 독자들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데 기여한 작품입니다.

     

    1-2. 한국: 문학을 통한 횡단(Corée : une traversée littéraire 2013)

    한국 현대 문학의 흐름과 특징을 프랑스어로 설명하고 해설한 기획물로 “Crescenzo”가 직접 편집과 해설을 맡았고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를 문학적으로 조명했습니다. 한국을 문학적 여정으로 풀어낸 참신한 시도였으며 프랑스 대학 및 문학 전공 수업 교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Crescenzo” 특유의 단순 번역이 아니라 문학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조명하는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1-3. 한국 여성 작가 단편선(Les Femmes écrivains coréennes 2016)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만을 모은 특별한 앤솔로지로 “한 강”, “공 지영”, “김 애란”, “은 희경” 등 다양한 세대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 안에서 여성들이 겪는 갈등, 상처, 저항 같은 주제들을 프랑스 독자에게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당시 프랑스에서는 한국 여성 작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2. 내용

     

    이 책은 한국을 향한 단순한 호기심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학을 번역하고, 한국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작가가 프랑스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특별함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풀어낸 기록입니다. “Jean-Claude De Crescenzo”는 책을 통해 한국을 “경이로움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며 그가 경험한 한국은 모순적이고 복합적이며 때때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결국 인간성의 본질을 환기시키는 곳이었습니다. 그에게 한국은 끔찍한 역사적 고통(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독재 정권 등)을 겪고도 여전히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나라였으며 현대화와 전통, 개인과 집단, 서구화와 고유성을 끊임없이 조율해 나가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인의 강인함, 정(情), 공동체성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을 “경이롭다”라고 표현합니다. "한국인은 자신의 고통을 시로 만들고, 슬픔을 웃음으로 변주할 줄 아는 이들이다."

     

    2-1. 기억의 민족

    책에서 “Crescenzo”는 한국인을 기억하는 민족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에서는 과거를 잊거나 미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에서는 고통스러운 역사조차 기억 속에 품고 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합니다. “3.1 운동”, “6.25 전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사건들을 단순히 과거로 치부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힘과 반성의 토대로 삼으며 그 기억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향한 다짐으로 전환됩니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인이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 유럽인의 망각의 미학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조명합니다.

     

    2-2. 변화 속의 불변성

    그가 놀란 또 하나는 한국 사회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면서도 어떤 핵심 가치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IT 산업의 급성장, 글로벌 문화 수출(K-POP, K-드라마) 등 현대화의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가족 중심, 공동체 의식, 조상에 대한 예의 같은 전통적 가치를 지켜가는 것은 한국인들이 "외형은 빠르게 변하지만 내면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특이한 존재들이라고 묘사합니다. 그리고 이 이중성이야말로 한국인의 매력이며 그들이 세계 속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라고 분석합니다.

     

    2-3. 따뜻한 공동체의 힘

    책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따뜻한 공동체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 사회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관계 속의 자아를 중시하는데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 가족과 이웃에 대한 책임, 공동체를 위한 희생 등의 가치들은 프랑스에서는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그가 낯선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정을 나눠준 이들)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책 곳곳에 담았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인간관계가 거래가 아니라 선물이다"라고 표현합니다.

     

    2-4. 찬양과 공존하는 비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무조건적인 찬양 일색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도 솔직히 지적하는데 과도한 경쟁 사회, 남녀 불평등 문제,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가 낳는 부작용 등을 지적하기는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문제들조차 "한국이 지금도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변화시키려는 징후"로 바라봅니다. 비판은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라 깊은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인 것입니다.

     

    3. 결론

     

    이 책은 단순한 문화 기행서가 아닙니다. “Jean-Claude De Crescenzo”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을 고통과 상처를 품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연대로 다시 일어서는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는 한국을 완벽하거나 이상화된 나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모순과 결핍을 안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집단으로서의 경이로움을 봅니다. 그리고 그런 한국인의 모습 속에서 오늘날 점점 개인화되고 고립되어 가는 서구 사회가 배워야 할 어떤 가능성을 봅니다. "경이로운 한국인은 고통을 숨기지 않고 기쁨을 과시하지 않으며 서로를 붙잡고 살아가는 방법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어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신비하고 낯선 대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로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 인간으로 다가서게 합니다.

     

     

     

     

    "한국은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며,

    그 기억 위에 미래를 세우는 드문 나라다."(장클로드 드 크레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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