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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인문학 2025. 4. 19. 11:37728x90반응형
1. 개요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1989~)는 단순히 한 가지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 현대 예술계의 다면적인 스타로 인디 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리더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때로는 영상 감독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그녀의 작품들은 정체성, 상실, 가족 그리고 문화적 유산을 탐구하며 전 세계 관객과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경험을 예리하게 담아내는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예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9년 3월 29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난 그녀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는데 1세대 이민자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는 그녀의 정체성 형성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오리건 주에서의 성장 과정에서 그녀는 종종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갈등해야 했는데 이러한 이중성은 훗날 그녀의 음악과 글에서 중요한 소재로 부각됩니다. 펜실베이니아 주 소재 브린모어 대학교에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녀는 필라델피아의 인디 밴드 “리틀 빅 리그”(Little Big League)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2014년 어머니의 암 투병 소식은 그녀의 인생과 예술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는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심리적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기 시작했고 이는 첫 솔로 프로젝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2016년 데뷔 앨범 ‘Psychopomp’는 어머니의 죽음과 그 이후의 애도 과정을 담은 강렬한 작품으로 앨범 제목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 “사이코폼포스”에서 차용했으며 이는 상실의 순간을 넘어서는 여정을 상징합니다. 트랙 ‘In Heaven’에서는 “너의 기계는 너의 어머니를 아니?(Does your machine know your mother?)”라는 가사로 병든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을 애틋하게 묘사합니다. 2017년 두 번째 앨범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에서는 슬픔을 우주적 상상력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외계인과의 사랑을 은유로 삼은 ‘Machinist’나 우울증을 다룬 ‘Till Death’ 등 실험적인 사운드와 시적인 가사가 조화를 이뤄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2021년 발매된 세 번째 앨범 ‘Jubilee’는 그녀의 음악적 진화를 보여주는데 축제를 뜻하는 제목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슬픔에서 벗어나 기쁨을 찾는 과정을 경쾌한 멜로디에 담았습니다. ‘Be Sweet’, ‘Paprika’ 등 댄스 풍의 트랙들은 그래미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음악 앨범 후보에 오르며 대중적 성공까지 거뒀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단연 2021년 출간된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입니다. 한국계 슈퍼마켓 H마트에서 어머니의 추억을 떠올리며 흘린 눈물에서 시작된 이 책은 그녀의 개인적 이야기를 넘어 이민자 가족의 보편적 정서를 포착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한국 음식을 통해 유년기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데 김치 담그기, 해물파전 만들기 등 세세한 요리 묘사는 단순한 음식 기록이 아니라 문화적 뿌리와의 재결합을 상징합니다. 특히 한국어 제목의 장(chapter)들(아줌마, 한국인 등)은 이중 문화 속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현재 영화화가 진행 중입니다. 그녀의 창의성은 음악과 글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직접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비디오 게임 ‘Sable’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며 영상과 게임 음악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특히 ‘Jubilee’ 앨범의 재킷 비주얼은 그녀가 구상한 서사적 세계관을 반영해 팬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아시아계 미국인 예술가로서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세웁니다. 인터뷰에서 “한국계로서의 경험은 제 작품의 핵심”이라 강조하며 미국 내 아시아인 커뮤니티의 경험을 대변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H마트에서 울다’는 특히 이민자 자녀들이 부모 세대와 문화적 격차를 극복하는 과정을 세대를 초월해 공감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개인의 트라우마를 예술로 치유하는 동시에 문화적 소수자의 경험을 주류 예술계에 정착시킨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음악, 문학, 영상에 걸친 다방면의 활동은 장르를 초월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증명합니다. 현재 그녀는 새 앨범 작업과 ‘H마트에서 울다’ 영화 각본 작업을 병행 중이며 어머니의 유산을 이어받아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주며 예술이 어떻게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아우를 수 있는지 증명해 낸 현대의 중요한 목소리로 그녀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2. 내용
이 에세이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음식을 매개로 한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자우너”는 이 책을 통해 음악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하며 문학계와 대중의 열렬한 공감을 얻었습니다.
2-1. 음식으로 엮은 어머니와의 유대
책의 제목이기도 한 H마트는 한국 식재료를 판매하는 북미 슈퍼마켓 체인으로 “자우너”에게는 어머니의 기억이 서린 공간입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는 H마트에서 한국 음식 재료를 찾으며 상실감을 달래고 정체성을 재발견합니다. 김치 담그기, 해물파전 만들기 등 세세한 요리 묘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문화적 뿌리와의 재결합을 상징합니다. “엄마의 사랑은 ‘사랑해’라는 말보다 김치 냉장고에 채워진 반찬과 점심 도시락에 담긴 것이었죠.” 그녀는 어머니의 요리를 통해 비로소 그녀의 사랑을 이해합니다. 항암 치료 중인 어머니를 위해 한국 음식을 준비하던 경험은 단순한 육체적 돌봄을 넘어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었으며 이처럼 음식은 이 책의 핵심 서사이자 정체성 탐구의 도구로 기능합니다.
2-2. 이중 문화 속에서의 갈등과 화해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그녀는 오리건 주의 백인 중심 사회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며 정체성 혼란을 겪습니다. “나는 완전한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반쪽”이라는 고백은 이민자 자녀의 보편적 경험을 대변해 주며 한국어 단어인 ‘아줌마’나 ‘한국인’을 장 제목으로 사용하여 나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임을 고백했습니다. 대학 시절 음악을 선택하며 한국적 정체성과 멀어졌던 그녀는 어머니의 투병으로 인해 다시 한국 문화와 마주하는데 서울 방문, 가족의 의식 참여, 한국어 학습 등은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자 자기 수용의 여정이 됩니다.
2-3. 상실의 기록: 애도에서 예술로의 승화
2014년 어머니의 췌장암 선고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병마와의 싸움, 치료의 실패, 임종 순간까지의 생생한 기록은 독자에게 죽음의 무게를 직격 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슬픔의 기록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강압적 사랑, 청소년기 반항, 아버지와의 갈등 등 관계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완벽하지 않은 사랑”의 진실성을 전합니다. “자우너”는 어머니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인간적 결함까지 포용하는 방식으로 그녀를 기억합니다.
2-4. 문화적 공감과 문학적 성취
이 작품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55주 연속 순위를 유지했고 2021년 “굿리즈” 독자들이 선정한 최고의 회고록으로 꼽혔습니다. 평단은 “음식을 통해 정체성과 슬픔을 탐구한 혁신적 서사”라며 극찬했으며 “뉴요커”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경험하는 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아시아계 독자들은 “우리 가족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며 강한 공감을 표했는데 한 독자는 “한국계 슈퍼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소외감을 이토록 정확히 표현한 작품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음식과 정체성의 연계성이 가진 보편성을 강조했습니다.
2-5. 영화화와 차기 행보
2021년 “오라이온 픽처스”는 이 책을 영화화한다고 발표했으나 2025년 현재 제작이 일시 중단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녀는 “할리우드 파업과 감독의 하차로 지연되지만 언젠가 완성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새 앨범 작업과 병행하며 다학제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3. 결론
이 작품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문화적 소수자의 보편적 경험을 조명합니다. 음악, 글, 요리가 교차하는 이 작품은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주며 “가족의 흔적은 음식과 기억에 스며든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미셸 자우너”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니라 시대의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치유를 모색하는 목소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고통의 정직한 기록이자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슬픔은 끝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짓는 법을 배웠습니다.”(미셸 자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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