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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얼음과 불의 탄생(Born of Ice and Fire: How Glaciers and Volcanoes (With a Pinch of Salt) Drove Animal Evolution)인문학 2025. 6. 17. 10:28728x90반응형
1. 개요
지구 46억 년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암석과 동위원소를 해독하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지질학 교수 “그레이엄 실즈”(Graham Shields 1970~)는 지구 화학과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과거 해양과 대기의 진화 과정을 복원하는 선구자입니다. 그의 연구는 단순히 과거를 알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과 환경이 어떻게 공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스노볼 어스에서 캄브리아기 대폭발까지 신원생대(10억~5억 4,100만 년 전)는 지구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로 “실즈” 교수는 이 시대에 집중하며 두 가지 중대한 사건을 연결합니다.
가. 스노볼 어스(Snowball Earth)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였다는 논쟁적인 이론에 대해 “실즈” 교수는 2006년 학계를 뒤흔든 선언을 했습니다. "스노볼 어스는 죽었다! 그러나 스노볼 어스 만세!"라는 그의 역설적인 문구는 이 이론이 단순히 "참" 또는 "거짓"으로 규정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님을 보여줍니다. 그는 “캡 탄산염”(빙하 후 형성된 특이한 암층)의 바라이트(barite) 광물과 탄소-산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빙하기 이후 메탄 분출과 급속한 기후 변동의 증거를 포착했습니다.
나. 생명의 대폭발
신원생대 후반 해양 산소 농도의 급증과 함께 캄브리아기에 동물 문(division, 門)의 갑작스러운 출현(캄브리아기 대폭발)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중국 남부의 에디아카라-캄브리아기 지층을 연구하며 세륨(Ce) 이상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세륨은 산소 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소로 이를 통해 5억 1,000만 년 전 해양의 대규모 산소화 사건을 입증했으며 이 사건이 동물 다양화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2012년 논문 ‘The Neoproterozoic Oxygenation Event’는 이 변화가 단순한 환경 변동이 아닌 생지화학적 순환의 근본적 전환임을 보여주며 670회 이상 인용되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실즈” 교수의 핵심 연구 도구는 동위원소 지화학으로 그는 암석에 갇힌 원소의 다양한 형태(동위원소) 비율이 마치 고대의 암호처럼 당시 환경을 기록한다고 믿습니다.
가. 스트론튬(Sr)
그는 전 세계 해양 퇴적물의 스트론튬87/86 비율을 체계화해 지질연대 측정의 표준 곡선을 제작했습니다. 이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지층 연대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2020년까지 업데이트되며 지금도 전 세계 연구자들이 참고합니다.
나. 산소(O)와 황(S)
34억 년에 걸친 해양 산소 동위원소 진화를 재구성한 그의 2007년 논문은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기존 가설을 검증하고 장기적인 지구 물 순환 모델을 제시해 410회 이상 인용됐습니다.
다. 세륨(Ce)
최근에는 희토류 원소(REE rare earth elements) 분석법을 혁신했습니다. 2016년 연구에서 그는 탄산염 환경에서 세륨 이상 현상을 환원 상태(산소 농도) 프록시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정립해 과거 해양의 산소 수준을 더 정확하게 추정할 길을 열었습니다.
실즈 교수는 과학의 대중화에 깊은 신념을 가졌습니다. 2024년 ‘SEISMIC: ART MEETS SCIENCE’ 전시에서 그는 세계적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Edward Burtynsky 1955~)의 작품에 과학적 해석을 더했습니다. “버틴스키”의 거대 규모 환경 사진 앞에서 그는 "지질학적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충돌하는 순간"이라 표현하며 예술이 추상적인 과학 개념을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공상과학과 공룡을 사랑한 과학 괴짜였고 지금도 야외 탐사를 통해 직접 암석을 관찰하는 것을 소중히 여깁니다. 연구실 밖에서 그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 풍경을 경험하며 지질학자로서의 시야를 넓혀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지구 시스템 과학자로서 현재의 기후 변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다른 행성에서의 생명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그의 통찰은 지구가 어떻게 살아있는 행성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며 인류세의 도전을 직관하는 데 깊은 통찰을 줍니다. 과학의 아름다움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전하려는 그의 노력은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행성의 비밀을 공유하는 동료 탐험가임을 일깨워줍니다.
2. 내용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죽을 때까지 풀지 못한 딜레마 하나를 남겼습니다. "왜 5억 년 전 갑자기 동물 문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는가?" 이 지독하게 난해한 수수께끼에 답하기 위해 영국 UCL의 지질학 교수 “그레이엄 실즈”는 30년간 전 세계 암석층을 추적했는데 그의 결론은 도발적이었습니다. 2025년 국내 출간된 ‘얼음과 불의 탄생’은 이러한 발견을 대중에게 선보인 역작으로 서울대학교 “최 덕근” 명예교수의 감수와 “성 소희” 역자의 번역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온 이 책은 지질학계를 뒤흔든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이론과 생명 탄생의 연관성을 흥미롭게 조명합니다.
2-1. 빙하, 화산, 소금의 삼중주
2-1-1. 빙하가 만든 생명의 요람
“실즈” 교수는 지구 전체가 얼어붙은 ‘눈덩이 지구’ 시기가 오히려 생명 다양성의 촉매였다고 주장합니다. 약 7억 년 전 반복된 빙하기는 해양 순환을 정체시키고 영양염류를 해저에 축적시켰습니다. 이후 기후 온난화가 시작되며 이 축적된 영양분이 폭발적으로 방출되어 생물의 대량 진화를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2-1-2. 화산의 역설적 선물
빙하를 녹인 것은 바로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실즈”는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이산화탄소 증가 때문이 아니라 화산에서 분출된 황산 에어로졸이 빙하 표면을 어둡게 만들어 열을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화산재가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 생물의 필수 영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2-1-3. 생명 폭발의 숨은 주인공: 소금
책의 가장 혁명적인 통찰은 '소금 한 꼬집'이 생명 진화에 미친 영향입니다. 빙하가 육지를 깎아 만들어진 염분이 바다로 유입되며 해수의 화학적 구성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는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세포 간 신호 전달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으며 결국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일으킨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2-2. 현장 탐사가 증명하는 지질학적 증거
실즈 교수의 연구는 책상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장은 전 세계 현장 조사 데이터로 뒷받침됩니다.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된 고대 빙하 침식 흔적, 중국 남부 에디아카라 지층에서 채집한 암석의 세륨(Ce)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고산소 환경 증명, 캐나다 북극권 퇴적층에서 추출한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율로 확인된 빙하 융해 시기 등의 데이터는 '눈덩이 지구' 이론을 추상적 가설에서 입증된 과학적 사실로 승격시켰습니다.
2-3. 인류세에 던지는 경고
“실즈”는 과거의 지구 사건이 현재의 기후 위기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강조합니다. 책의 말미에는 지구 시스템의 회복력 한계에 대한 경고가 담깁니다. 5억 년 전 빙하기-온난화 전환은 자연적 과정으로 수만 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오늘날 인류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는 200년 만에 동일한 온도 상승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자는 "생명체는 환경 재앙을 극복해 왔지만 현재의 변화 속도는 진화가 따라잡을 수 없을 수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2-4.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한 구성
이 책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최 덕근” 명예교수의 감수를 통해 한반도 지질학적 특성과 연계한 설명이 추가되었으며 특히 '한반도의 선캄브리아기 암석'에 관한 부록은 한국 독자들이 지역에 적용된 이론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번역자 “성 소희”는 과학 용어보다 이야기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지질학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3. 결론
이 책의 가장 큰 깨달음은 인류의 탄생이 무수한 환경 재앙을 넘어선 결과라는 점입니다. 빙하기와 화산 폭발은 생명체에게 위협이자 기회였습니다. “실즈” 교수는 암석 속에 새겨진 과거를 해독하며 현재의 기후 위기도 새로운 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복잡한 상호연결성을 이해하고 행동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 책은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라 46억 년 지구 역사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에 대한 성찰이자 미래 생명을 위한 행동 촉구서로 우연으로 시작된 우리 존재가 의미 있는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과학적 개념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축소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이해에 도달한다."(그레이엄 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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