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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리스본행 야간열차(Nachtzug nach Lissabon)인문학 2025. 5. 14. 12:39728x90반응형
1. 개요
“파스칼 메르시어”(Pascal Mercier 1944~2023)는 스위스의 작가로 그의 대표작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페터 비어리”(Peter Bieri)가 본명으로 학계에서는 인지철학과 윤리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1944년 6월 23일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난 그는 철학과 문학이라는 두 개의 강렬한 열정을 품고 성장했으며 1971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과 스위스의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적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의 철학 저서 ‘자유의 기술’(Das Handwerk der Freiheit)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선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1995년 그는 예상치 못한 변신을 시도하는데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첫 소설 ‘페를만의 침묵’(Perlmanns Schweigen)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학문적 번아웃에 시달리는 언어학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문학계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2004년 출간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의 이름을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기념비적 작품으로 이 소설은 베른의 고전어 교사 “라이문드 그레고리우스”가 우연히 포르투갈 의사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수기를 발견하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리스본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리스본의 골목길과 태그스 강의 풍경은 독자들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며 작품 전반에 흐르는 실존적 고뇌는 “카뮈”나 “사르트르”를 연상시킵니다. 특히 "우리는 자신의 삶을 쓰는 작가인가, 아니면 읽는 독자인가?"라는 문장은 작품의 정수를 압축합니다.
그의 소설은 단순한 서사가 아닌 철학적 실험의 장으로 그의 학자적 배경은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의 문체는 시적 이미지와 철학적 독백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종종 장광설처럼 자신의 사유를 펼치지만 이는 플롯의 흐름을 방해하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삶의 근본 질문을 고민하도록 유도합니다. 그의 작품은 때로 "지적 허영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가치는 일상의 경이로움을 깨우치는 데 있습니다. 번역서가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이유 역시 디지털 시대에 잊힌 성찰의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에도 그의 작품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불확실성과 정체성 위기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메르시어”의 질문인 "과연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는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마법사로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호기심 어린 철학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여정입니다.
1-1. 페를만의 침묵(Perlmanns Schweigen 1995)
언어학자 “필립 페를만”은 학계의 압박 속에서 창의력을 상실하고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학술회의 중 그는 동료 학자의 논문을 표절할 위기에 처하며 내면의 도덕적 갈등과 죄책감에 빠집니다. 이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학문적 권위의 허구성이 드러납니다. 학문적 성공 뒤에 숨은 고립감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으로 언어학자의 시선으로 "의미 부여의 한계"를 탐구하며 학문과 현실의 괴리를 비판합니다. “메르시어”의 데뷔작으로 이후 작품들의 실존적 주제를 예고하였습니다.
1-2. 리스본행 야간열차 Nachtzug nach Lissabon 2004)
베른의 고전어 교사 “라이문드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 의사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수기를 우연히 발견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리스본으로 향합니다. “프라두”의 글을 통해 그는 과거의 결정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반추하며 자신의 삶을 재정의하는 여정을 떠납니다.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우리는 삶의 작가인가, 독자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실존주의적 주제를 심화하였습니다. 리스본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독백이 결합된 서사 구조가 특징이며 2013년 “빌 어거스트” 감독이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등을 캐스팅하여 영화로 제작하였습니다.
1-3. 피아노 조율사(Der Klavierstimmer 1998)
피아노 조율사 “에드가”는 완벽한 소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갇힙니다. 그의 집착은 아내와의 관계를 파탄내고 결국 음악적 이상과 현실의 균열을 마주하게 됩니다. "침묵의 미학"을 통해 소통의 한계를 탐구한 작품으로 음악적 세부 묘사와 심리적 긴장감이 조화를 이루며 “메르시어” 특유의 시적 문체와 철학적 성찰이 두드러지는 대표작입니다.
2. 내용
2004년 출간 이후 유럽 전역에서 깊은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은 단순한 여행기나 추리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삶의 허무와 일상을 찢고 나와 정체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정이며 철학과 문학이 교차하는 드물고도 정교한 성찰의 산물입니다.
2-1. 줄거리
주인공은 스위스 베른의 라틴어 교사인 “라이문드 그레고리우스”로 그는 수십 년 동안 같은 루틴을 반복해 온 인물이며 고전 언어와 문법의 틀 속에 갇힌 채 감정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다리 위에서 만난 미지의 여인과 그녀가 남긴 포르투갈어 책 한 권은 그의 일상을 뒤흔드는데 그 책은 포르투갈 의사이자 철학자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남긴 에세이 모음으로 “우리가 사는 삶이 유일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라이문드”를 깊은 내적 동요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결국 그는 교단을 떠나 “프라두”의 흔적을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2-2. 아마데우 드 프라두
이 소설의 중심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인물인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있습니다. 그는 “살라자르”(António de Oliveira Salazar 포르투갈 제2공화국 총리) 독재 정권 하의 포르투갈에서 고통받는 인간과 정의의 의미를 고민했던 의사이자 철학자로 지성과 감성, 냉철한 판단과 깊은 감수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묘사되며 그의 글은 마치 “니체”, “키에르케고르”, “몽테뉴”를 연상시킵니다. “프라두”의 문장 하나하나는 존재와 자유, 정체성과 선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는 “라이문드”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거울처럼 작용합니다.
2-3. 리스본에서의 조각 맞추기
“라이문드”는 리스본에서 “프라두”의 과거를 따라가며 그를 기억하는 이들과 인터뷰를 나눕니다. “프라두”의 친구, 가족, 반체제 인사들, 옛 연인 등과의 만남은 하나의 조각을 얻어 또 다른 조각으로 이어지는 고요한 탐정극이지만 이 여정은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라이문드”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그는 자신이 왜 평생을 수동적으로 살아왔는지, 왜 감정에서 도피하며 언어의 틀에 갇혀 있었는지를 되묻습니다. “프라두”의 삶을 이해하려 할수록 그는 자기 안에 자리한 “살지 않은 삶”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2-4. 철학적 여정으로서의 문학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내면의 사유와 문장이 중심에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전적 철학 질문을 현대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드문 예입니다. “메르시어”는 실제 철학자이기도 하기에 그 문장 하나하나는 깊은 사유의 향기를 품고 있으며 소설 곳곳에는 문학, 철학, 역사에 대한 언급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언어가 삶을 구속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세계를 열 수도 있다는 역설이 반복되며 특히 라틴어 교사라는 “라이문드”의 직업은 이 테마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합니다. 그는 고전 언어를 가르치며 죽은 언어 속에 묻혀 살아왔지만 결국 살아있는 언어와 감정의 세계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2-5. 우리 모두의 야간열차
이 소설은 단순히 중년의 일탈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며 그것은 모든 독자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지금 이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면, 다른 길을 택할 수는 없는가?” “라이문드”가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실은 그 순간처럼 우리도 가끔은 기존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정 가능한 원고이며 우리는 그 원고를 매일 새로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용기를 이 소설은 조용히 말합니다.
3. 결론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은 늘 지금 이 순간, 선택을 앞둔 문 앞에 있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질문하는 용기다.”라고 말합니다. 읽는 동안 삶이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수없이 되묻게 되며 결국 이 소설은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인물의 삶을 따라가면서도 가장 깊은 곳에서는 우리 자신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쩌면 야간열차를 타야 할 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르며 그 열차는 어둠 속을 지나지만 결국 어딘가에서 빛을 만납니다. “프라두”의 글, “라이문드”의 선택 그리고 독자의 깨달음은 그 빛의 한 조각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파스칼 메르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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