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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How Civil Wars Start: And How to Stop Them)인문학 2025. 6. 10. 12:33728x90반응형
1. 개요
현대 민주주의가 겪는 위기의 시대에 “바버라 F. 월터”(Barbara F. Walter 1964~)는 내전(Civil War), 정치 불안정, 민주주의의 붕괴 과정 등을 연구하는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내전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그녀의 연구는 단지 학문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대중 담론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1. 학문적 배경과 경력
그녀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시카고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Ph.D.)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UC 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내전의 원인과 종결, 평화 협정의 실패 원인, 폭력의 확산 등 정치폭력 전반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왔는데 특히 내전 발발과 재발의 조건 그리고 선출된 권위주의(elected autocracy)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훼손하고 내전 가능성을 높이는지에 주목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관심이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민주주의의 현실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1-2. 현실을 꿰뚫는 경고
2022년에 출간된 그녀의 대표 저서 ‘How Civil Wars Start: And How to Stop Them’은 출간 즉시 미국과 유럽의 언론과 학계 그리고 일반 독자층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책은 “내전은 왜 일어나며 어떤 경로로 사회를 파괴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례(시리아,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필리핀, 코트디부아르 등)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녀가 이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으로 그녀는 미국이 더 이상 민주주의의 모범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에서 후퇴하고 있는 국가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회에 대한 불신, 정치적 양극화, 음모론의 확산,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 세력화 등은 모두 내전이 시작되는 전조 현상이라고 진단합니다.
1-3. 내전 연구의 핵심 개념들
“월터”의 연구는 내전의 발발을 단순한 폭력의 결과로 보지 않으며 그녀는 몇 가지 핵심 개념을 통해 내전의 조건을 분석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적 환상이 아닌 실증적이고 현실적인 경고로 기능하며 그녀는 “내전은 폭탄처럼 터지는 것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자라나는 불씨와 같다”라고 강조합니다.
1-3-1. 무정부 상태(Anocracy)
독재와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로 제도가 불안정하고 법치가 약한 체제를 뜻하는데 내전의 가장 위험한 지점은 이 상태에서 출현한다고 봅니다.
1-3-2.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인종, 종교, 지역, 문화 등에 따라 정치가 분열될 때 사회는 쉽게 극단화됩니다.
1-3-3. 정당의 수직화(Vertical Factionalization)
정책보다는 정체성 기반의 동질성이 우선될 때 정당은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보다 자기 집단만을 보호하는 도구가 됩니다.
1-3-4. 선출된 권위주의자(Elected Autocrats)
선거를 통해 집권하지만 언론, 사법, 선거제도 등을 통제하며 민주주의를 서서히 파괴하는 지도자들을 말하는데 “트럼프”와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1954~ 터키 대통령)”, “두테르테”(Rodrigo Duterte 1945~ 필리핀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예로 언급됩니다.
1-4. 연구자의 공공적 책임
“월터”는 단순히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NPR(National Public Radio) 등 주요 언론에 꾸준히 기고하고 인터뷰하며 일반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하는데 이는 그녀가 연구를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으로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그녀는 "정치학자가 오늘날처럼 중요한 시대는 없다"라고 말하는데 과거 정치학은 엘리트 중심의 학문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한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녀는 CIA를 포함한 미국 정부 기관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내전의 위험을 감지하고 억제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참여해 왔으며 국제기구와 NGO를 대상으로 내전 예방 전략을 설계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1-5. 그녀가 던지는 질문
“바버라 F. 월터”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그 일은 여기서도 일어날 수 있다(It can happen here).”라는 것으로 우리는 내전이라는 단어를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로 여겨왔지만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고 그 후퇴는 폭력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묻는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잃고 있으며 언제 멈춰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미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모든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질문인 것입니다. 그녀의 연구는 단지 정치학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시민 윤리에 관한 문제로 다가오며 이 시대에 정치학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2. 내용
오늘날 우리는 내전(civil war)을 먼 나라의 일 또는 불안정한 정권이 지닌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책은 이런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내전은 선진 민주주의조차 자유롭지 못한 위협임을 강조하며 단순히 내전의 정의를 넘어서 내전이 시작되는 구조적 조건과 심리적 요인 그리고 그것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분석한 정치학적 통찰의 결정체입니다.
2-1. 왜 내전은 발생하는가?
“월터”는 미국 국방부 산하의 ‘정치 불안정 예측 프로젝트’(Political Instability Task Force)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내전 발생 패턴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녀는 내전이 전통적인 군사 쿠데타나 반란군의 전면전으로만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가장 위험한 시기는 국가가 무정부 상태(anocracy) 즉, 완전한 민주주의도 아니고 독재도 아닌 불안정한 체제에 있을 때라고 말합니다. 무정부 상태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국면에서 자주 등장하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제도적 공백을 낳습니다. 이 시기에는 정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소수 엘리트 집단을 자극하고 민족적, 종교적, 이념적 긴장을 이용해 권력을 사수하려는 시도가 내전을 촉발하게 됩니다.
2-2. 정체성 정치와 수직화 된 정당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개념 중 하나는 “수직화 된 정당”(ethnic factionalization)으로 이는 정당이 정책이나 이념보다는 종족, 종교, 지역 정체성에 기반해 구성될 때 나타나는데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은 점점 인종적, 지역적으로 분리되고 있으며 이는 내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됩니다. 예컨대 백인 기독교 보수층과 도시 기반의 다인종 진보층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정치적 경쟁을 넘어 존재론적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월터”는 "적대적 정체성 정치"가 제도적 경쟁을 마비시키고 상호 불신과 음모론의 확산으로 이어지며 결국 폭력을 통한 해결 시도를 정당화하는 구조로 발전한다고 경고합니다.
2-3. 내전의 징후들
책에서 월터는 내전의 전조 현상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정리하는데 이러한 요인이 함께 작용할 때 내전은 갑작스럽게 가 아니라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다가온다고 말합니다.
2-3-1. 민주주의의 후퇴
선출된 권위주의자(elected autocrat)가 언론을 통제하고 사법부를 무력화하며 선거 제도를 조작할 때.
2-3-2. 부패한 엘리트의 방어적 폭력
기존의 특권층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허용하거나 조장할 때.
2-3-3. 정체성 기반의 정치 정당이나 운동이 인종, 종교, 민족 기반으로 고정될 때.
2-3-4. 정보 왜곡과 음모론의 확산
SNS나 대안 미디어를 통해 허위 정보가 확산되며 정치적 현실에 대한 공통 기반이 사라질 때.
2-4. 미국은 안전한가?
“월터”는 미국이 더 이상 내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습격 사건은 단순한 정치 시위가 아닌 내전의 가능성이 실제화될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이 사건은 "백인 정체성 위기"와 "선거 불복"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집단적 폭력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로 책에서 분석됩니다. 그녀는 미국을 더 이상 완전한 민주주의로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정치 양극화, 신뢰의 붕괴, 민병대와 극우 단체의 성장,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은 모두 내전의 구조적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2-5.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지 위기를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책을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월터”는 특히 시민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시민들이 침묵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옹호하며 폭력 대신 대화를 선택할 때 내전은 예방 가능하다고 봅니다.
2-5-1. 제도적 신뢰 회복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려면 정치 엘리트들이 규칙을 지켜야 하며 사법기관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2-5-2. 정보 생태계 개선
허위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와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가 필요합니다.
2-5-3. 정체성 정치의 탈피
정당은 유권자의 분열된 정체성을 조장하기보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2-5-4. 초당적 연대의 구축
민주주의 수호는 특정 정당의 의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3. 결론
이 책은 정치학적 분석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단순한 학문적 저작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며 동시에 아직 늦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희망의 목소리입니다. “바버라 F. 월터”는 이 책에서 “내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하고, 방관하고, 중립을 가장할 때 자라난다.”라고 말하며 그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그리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고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외칩니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죽지 않는다.
내부로부터 서서히 침식된다.”(바바라 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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