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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 외로움의 책(Thinking Through Loneliness)인문학 2025. 6. 8. 13:34728x90반응형
1. 개요
캐나다 철학자 “다이앤 엔스”(Diane Enns 1962~ )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치철학의 중심에 놓는 혁신적인 사상가로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던 사랑을 공적 영역의 핵심 윤리적 실천으로 재정의하며 "정치적 사랑(Political Love)"이라는 개념으로 현대 철학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철학교수로 활동하며 여성주의 윤리학, 정치철학, 폭력과 화해 연구를 넘나드는 그녀의 통찰은 개인적 관계에서 국제적 분쟁까지 인간 갈등의 근본을 해명합니다.
1-1. 핵심 사상
그녀는 사랑을 수동적 감정이 아닌 능동적 실천으로 정의합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돌보는 과정이 고통과 희생을 수반하는 노동임을 강조하며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낭만적 사랑의 환상을 해체하며 사랑의 윤리적 무게를 환기시킵니다.
1-1-1. 공적 영역으로의 확장
가족이나 연인 관계의 사랑을 넘어 낯선 타인에 대한 책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까지 사랑의 범위를 확장합니다. "낯선 사람을 내 이웃처럼 사랑하라"는 기독교 정신을 정치철학적 실천으로 재해석합니다.
1-1-2. 레비나스와의 대화 그리고 비판적 발전
그녀는 타자의 얼굴 앞에서 느끼는 무한한 책임을 강조한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철학에 깊이 기대지만 비판적으로 발전시킵니다. “레비나스”의 '타자'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비판하며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 뿌리 박힌 구체적인 타자와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1-1-3. 상호성의 문제
“레비나스”의 일방적 책임 강조가 실제 불평등한 관계(예: 가해자-피해자)에서 피해자에게 추가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엔스”에게 진정한 사랑과 정의는 상호 인정과 평등을 향한 과정입니다.
1-1-4. 한나 아렌트와의 변주
공적 영역(Public Realm)과 사적 영역(Private Realm)의 엄격한 구분을 주장한 “한나 아렌트”와도 대립각을 세웁니다. “엔스”는 사랑의 감정과 실천이 공적 영역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정치적 힘이 될 수 있음을 논증하며 “아렌트”의 이분법을 해체합니다. 돌봄, 연대, 공감과 같은 사적인 가치들이 공적 정의 실현의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1-2. 엔스 철학의 실천적 적용
그녀의 사상은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첨예한 갈등 해소에 직접 적용됩니다.
1-2-1.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s)
그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르완다 등지에서 시행된 과거사 청산 과정을 분석하며 가해자의 진실 인정과 피해자의 용서가 정치적 사랑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화해가 아닌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인식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핵심으로 "용서는 망각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1-2-2. 폭력 이후 공존 가능성
전쟁, 학살, 억압의 트라우마를 겪은 사회에서 어떻게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까? “엔스”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고통과 인간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감정적 유대보다 윤리적 결단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정입니다.
1-2-3. 난민, 이주민 문제에의 함의
국경을 넘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엔스”의 정치적 사랑 개념에 대한 시험대로 낯선 타인을 위험이 아닌 책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윤리적 전환이 필요함을 촉구하며 이는 국가 중심의 정책을 넘어선 글로벌 차원의 연대를 요구합니다.
1-3. 엔스 철학의 현대적 의미
1-3-1. 극단적 양극화 시대의 해법
정치,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된 오늘날 “엔스”의 정치적 사랑은 상대편을 악마화하지 않고 인간으로 인정하는 용기를 요구합니다. 증오와 분열보다 대화와 이해의 노력이 진정한 변화를 이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1-3-2. 페미니즘과 돌봄 윤리의 확장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진 돌봄과 관계 맺기의 가치를 공적 영역의 핵심 정치적 실천으로 격상시킵니다. 이는 여성주의 윤리학의 중요한 발전이며 모든 인간관계의 정치성을 환기시킵니다.
1-3-3.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
SNS와 알고리즘이 우리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의 공간으로 격리시키는 시대에 낯선 타인과 진정으로 만나고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엔스”의 철학은 디지털 소통의 한계를 넘어선 진정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합니다.
1-3-4. 생태 위기와의 연결
최근 논의는 인간 간 관계를 넘어 비인간 자연과의 관계,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타자에 대한 사랑과 책임의 윤리가 생태적 정의 실현의 토대로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4.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1-4-1. 분단과 화해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이라는 깊은 상처 앞에서 “엔스”의 정치적 사랑 개념은 강력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화해는 단순한 정치적 거래가 아니라 상대방의 고통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건설하려는 고통스러운 실천임을 상기시킵니다.
1-4-2. 과거사 청산
일본군 위안부, 민주화 운동 과정의 상처 등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에 직면해 “엔스”의 "용서는 진실 인정과 정의 없이 요구될 수 없다"는 주장은 중요한 원칙입니다. 피해자의 존엄과 고통이 진정으로 중심에 서야 함을 강조합니다.
1-4-3. 차별과 혐오 확산
성별,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과 혐오 발언이 만연한 현실에서 낯선 타인을 편견 없이 마주하고 그 인간성을 인정하는 연습이 시급합니다. 엔스가 말하는 사랑의 노동은 혐오를 극복하는 첫걸음입니다.
1-4-4. 경쟁 사회 속 인간 소외
극심한 개인화와 경쟁 속에서 고립된 현대인들에게 “엔스”는 타인과의 깊은 연결과 상호 의존성이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상기시킵니다. 함께 살아감의 윤리를 복원해야 할 시점입니다.
2. 내용
고독은 언제나 인간의 삶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정서로 친구들과 어울릴 때에도 가족과 함께 있을 때에도 우리는 때때로 외로움을 느낍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독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까지 부각되었으며 “고독 팬데믹”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가? 그리고 이 고독은 단지 해소되어야 할 결핍일 뿐일까?”라는 질문에 이 책은 고독을 단지 부정적 정서로 치부하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차원에서 다시 사유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녀의 사유는 단순한 철학적 추상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 예술, 심리학, 정치철학을 넘나들며 고독의 복합성과 그 내면의 윤리를 파헤칩니다.
2-1. 고독을 사유하는 철학
“엔스”는 책의 서두에서 고독(loneliness)을 고립(isolation)이나 혼자 있음(solitude)과 구분합니다. 고독은 단순히 물리적 분리의 상태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될 수 없음의 고통으로 따라서 고독은 관계적입니다. 그녀는 고독을 개인의 심리 상태로 환원하는 기존 담론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고독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합니다. 예컨대 현대 사회의 경쟁적 구조, 자율성과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가치가 어떻게 고독을 심화시키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타인과의 진실한 연대를 회피하거나 두려워하며 그 결과 더 깊은 고독에 빠지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그녀는 고독이 개인의 실패나 나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구조와 문화의 결과물임을 강조합니다.
2-2. 문학과 고독의 윤리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문학을 통해 고독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Enns”는 “새뮤얼 베켓”(Samuel Beckett),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마릴린 로빈슨”(Marilynne Robinson) 등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고독이 단지 회피할 대상이 아닌 사유의 기회이자 윤리적 가능성임을 보여줍니다. “Beckett”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종종 말할 수 없는 침묵과 관계 맺음의 실패 속에 있지만 그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머무름의 형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nns”는 이러한 침묵을 윤리적 감수성으로 읽어내는데 고독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상처와 고통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고 그로부터 윤리적 책임감이 싹틀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Virginia Woolf”의 ‘To the Lighthouse’(1927)에 대한 분석으로 “Enns”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겪는 고독이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예술적 창조와 사유의 근거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그녀는 고독을 새로운 앎의 장소로, 감응의 공간으로 제시합니다.
2-3. 관계의 윤리 그리고 고독 너머
그녀는 고독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고독을 통해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 맺음이 가능해진다고 봅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에마뉴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장 뤽 낭시”(Jean-Luc Nancy 1940~2021) 등 관계적 철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타자와의 공존이 고독을 통과하는 경험을 통해 성숙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Levinas”의 타자의 얼굴 개념을 통해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고독에 직면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즉 고독을 피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를 때 우리는 진정한 연대와 공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Enns”는 고독을 극복하기 위한 현대 사회의 방식(SNS의 과잉 연결, 정서노동의 상품화, 자가 치유 서적의 홍수) 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데 그러한 해법들이 오히려 고독을 더 깊게 만들고 사람들을 진짜 관계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고독의 불편함을 감내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고독을 드러낼 용기를 가질 것을 제안하는데 그 용기야말로 함께 존재함의 기초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3. 결론
“Enns”는 고독을 단순히 치유해야 할 병리로 보지 않고 오히려 고독은 인간 존재의 핵심에 있으며 우리를 더 윤리적이고 감응적인 존재로 이끄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은 철학적으로 깊이 있고 동시에 문학적이며 사회 비평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고독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타자와의 관계도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독은 피할 수 없는 인간 조건이지만 바로 그 고독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연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녀는 강조합니다. 이 책은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보다 그 외로움 속에서 사유하고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철학적 동반자일 것입니다.
"고독은 치유되어야 할 병리가 아니라,
이해되어야 할 실존 조건이다."(다이앤 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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