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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관련 소소한 이야기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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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2025. 5. 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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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존 피터 버거”(John Peter Berger 1926–2017)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로 화가, 소설가, 시인, 예술 비평가, 사회 활동가 등 그의 다채로운 이력은 단순한 직업적 범주를 넘어섭니다. 예술을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기존의 권위적 예술사를 비판하며 보는 방식 자체를 뒤흔든 사상가였습니다. 특히 1972년 “BBC” 다큐멘터리 ‘Ways of Seeing’과 동명의 책은 미술 비평의 역사를 바꾼 혁명적인 작업으로 평가받습니다. 1926년 11월 5일 런던 스토크 뉴잉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첼시 예술학교(Chelsea School of Art)와 런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Central School of Art)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화가로서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으로 복무한 경험은 그의 세계관에 깊은 흔적을 남겼는데 전쟁의 참상과 계급 간의 격차는 훗날 그의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으로 이어졌습니다.

     

    1950년대 그는 “New Statesman” 잡지에서 예술 비평가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필명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영국 예술계는 엘리트주의와 전통 미학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는데 “버거”는 이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그의 글은 예술이 권력의 도구로 기능하는 방식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예술 작품의 해석이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972년은 그의 인생에 있어 분수령이 된 해로 “BBC”는 그의 기획으로 4부작 다큐멘터리 ‘Ways of Seeing’을 방영했고 이는 곧 동명의 책으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이후 서양 미술사가 은유적, 물리적으로 소유와 통제를 정당화하는 도구였음을 폭로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미지의 재생산이 예술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했는데 예를 들어 “고흐”의 ‘해바라기’가 영화 포스터나 커피 머그잔에 인쇄될 때 원본이 가진 독창성은 상품화되며 계급적 취향의 상징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발터 벤야민”(**인문학 573번 참조**)의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계승하면서도 더욱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혁신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여성의 이미지를 다룬 3장에서 페미니스트 비평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남성은 행동한다. 여성은 나타난다"는 그의 유명한 문장은 서양 회화에서 여성이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재현된 역사를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고전 미술의 누드화가 어떻게 남성의 시선을 위해 여성을 대상화했는지 그리고 이는 현대 광고 이미지까지 이어지는지 분석한 내용은 오늘날 젠더 연구에서도 핵심 텍스트로 읽힙니다. 그는 비평가로서뿐 아니라 소설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1972년 소설 ‘G.’로 “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그는 상금의 절반을 영국 “블랙 팬서” 운동에 기부하며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소설은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성, 계급, 혁명을 복합적으로 탐구한 실험적 작품입니다. 그의 문학 세계는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립니다. 1980년대부터 발표한 ‘Into Their Labours’ 3부작은 유목민, 농부, 이주노동자 등 주변화된 이들의 삶을 시적 언어로 기록했으며 스위스 사진작가 “장 모르”(Jean Mohr 1925~2018)와 협업한 ‘A Seventh Man’(1975)은 유럽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사진과 에세이의 결합으로 보여주며 다큐멘터리 형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1970년대 초 “버거”는 영국을 떠나 프랑스 알프스의 작은 마을 퀴니(Quincy)에 정착했습니다. 이 시골 생활은 그의 작품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꿨는데 ‘Pig Earth’(1979)에서 그는 농촌 공동체의 소멸과 자본주의의 확산을 애도하면서도 농민의 일상 속에서 저항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글은 자연과 인간 노동의 리듬을 시적으로 묘사하며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또한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깊이 관여했는데 ‘The Shape of a Pocket’(2001)에서는 점령지의 예술가들과 연대하며 저항의 미학을 논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예술을 정치와 분리할 수 없다”라는 믿음 위에 서 있었습니다. 그가 사망한 2017년 “뉴욕타임스”는 그를 "예술을 민주화한 비평가"라고 추모했습니다. 그의 핵심 메시지인 "예술은 권위가 아닌 대화여야 한다"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인스타그램”과 NFT(Non-Fungible Token)가 예술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지금 ‘Ways of Seeing’는 이미지의 소유와 유통, 계급성을 비판하는 도구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편 그의 글은 한국 사회에도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데 “미술관 벽에 걸린 명화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K-팝 뮤직비디오에 재현된 여성의 이미지는 누구를 위한 시선인가?”라는 “버거”식 질문은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시각 문화의 이면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존 버거”는 단순한 비평가가 아니라 예술을 삶의 투쟁 영역으로 끌어내린 활동가였으며 글과 이미지로 세상과 대화한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유산은 미술관을 넘어 소셜미디어, 환경 운동, 인권 투쟁 속에서 살아 숨 쉽니다. "보는 행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라는 그의 경고는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우리의 시선을 뒤흔듭니다. “버거”를 따라가다 보면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것이 그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인 것입니다.

    2. 내용

     

    1972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4부작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책 ‘Ways of Seeing’은 예술 비평의 역사를 뒤집은 혁명적인 작업으로 “존 버거”(John Berger)는 이 작품을 통해 서구 미술사의 권위를 해체하고 이미지가 어떻게 권력과 자본의 도구로 기능해 왔는지 날카롭게 분석했습니다.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책은 인스타그램, NFT, AI 생성 이미지로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2-1. 이미지의 재생산: 원작의 신비화와 권력의 탈취

    “버거”는 “발터 벤야민”의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5)을 계승하며 "이미지의 재생산이 예술의 의미를 변질시킨다"라고 주장합니다. 르네상스 시대 유화는 원작의 유일성을 통해 소유주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도구였지만 카메라의 등장으로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자 원작은 "가짜 종교성"으로 포장됩니다. 예를 들어 “고흐”의 ‘해바라기’가 머그잔이나 포스터로 재생산될 때 그 작품은 본래의 맥락을 잃고 상품화됩니다. “버거”는 "원작의 가치는 희소성에 의해 정의되며 시장 가격은 정신적 가치의 환영으로 치환된다"라고 비판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현대의 NFT 예술에도 적용되는데 블록체인 기술로 유일성을 부여받은 디지털 작품은 과거 유화의 권위를 디지털 형식으로 재현하며 자본의 논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2. 여성의 대상화: 남성 시선(Male Gaze)의 탄생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영향력 있는 부분은 유럽 유화 전통 속 여성 누드 분석입니다. 그는 "남성은 행동하고, 여성은 나타난다"라는 명제로 서양 미술사에서 여성이 남성 관객의 욕망을 위해 대상화된 역사를 폭로합니다.

    2-2-1. 수동적 시선의 정치학

    “자코포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의 ‘수잔나의 목욕’(1560)에서 “수잔나”는 훔쳐보는 관객을 돌아보지만 이 시선은 수동적입니다. 그녀는 관객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할 뿐 자신의 주체성을 갖지 못합니다.

    2-2-2. 음모(puvic hair) 없는 몸

    유럽 유화에서 여성의 음모가 생략된 이유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지우고 남성의 욕망만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피터 렐리”(Pieter van der Faes 1618~1680)의 ‘넬 그윈’(찰스 2세의 정부)에서 누드는 소유주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이 분석은 1970년대 페미니스트 비평가 “로라 멀비”(Laura Mulvey 1941~)의 "남성 시선 이론"으로 이어졌으며, 현대 광고와 K-팝 뮤직비디오에서 여성이 여전히 유사한 방식으로 재현되는 문제를 비판하는 데 활용됩니다.

     

    2-3. 광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종교

    “버거”는 4부에서 "현대의 광고가 과거 유화의 역할을 대체했다"라고 주장합니다. 유화가 부의 현실을 과시했다면 광고는 미래의 욕망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명품 시계 광고는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시계를 찬다면 당신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2-3-1. 계급별 전략

    광고는 계층에 따라 다른 판매 전략을 사용하는데 노동자 계급에게는 신데렐라 같은 일회성 변신을, 중산층에게는 “안젤리라 졸리” 같은 삶의 총체적 향상을 약속합니다.

    2-3-2. 시간의 상품화

    유화가 현재의 부를 강조했다면 광고는 미래의 행복을 상품화합니다. 이는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생산해야 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2-4. 책의 현대적 의미: 디지털 시대의 시각 문화

    “버거”의 통찰은 21세기 디지털 이미지 생태계에서 더욱 빛납니다.

    2-4-1. 인스타그램과 자기 객체화

    SNS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누드의 현대적 변형으로 자신을 노출시킵니다. 필터와 각도는 남성 시선을 의식한 자기 연출이 되며 '좋아요'는 새로운 권력 척도가 됩니다.

    2-4-2. 메타버스와 가상 소유권

    NFT 예술은 디지털 공간에서 원작의 유일성을 재현하며 “버거”가 지적한 신비화 메커니즘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2-4-3. AI 예술의 윤리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는 저작권과 창작성의 개념을 뒤흔들며 "예술의 민주화"와 "예술가의 소멸"이라는 딜레마를 낳습니다.

     

    3. 결론

     

    이 작품은 단순한 미술 비평서가 아니라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입니다. “버거”는 예술을 전문가의 영역에서 끌어내어 대중의 해석에 열어둠으로써 우리에게 의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일 수천 개의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그 배후의 권력관계를 탐구하는 “버거”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지 항상 질문하라". 이 책을 덮을 때 독자는 더 이상 과거의 유화나 현대의 광고를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버거”가 바라던 혁명입니다.

     

     

     

     

    "예술은 권위가 아닌 대화여야 한다."(존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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