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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5.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L'Empire de la honte 수치의 제국)
    인문학 2025. 5. 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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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장 지글러”(Jean Ziegler 1934~)는 스위스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인권 운동가로 "굶주려 죽는 아이는 살해당한 아이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입니다. 1934년 4월 19일 스위스 툰에서 태어난 그는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UN 인권리포트 기자, 스위스 국회의원, 인권 옹호자로서 불평등과 식량 부족 문제에 맞서왔습니다. 그의 삶은 학문적 탐구와 현실적 실천이 결합된 투쟁의 연대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파리 소르본 대학교 유학 시절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를 만나며 형성되었는데 이들은 그에게 “마르크스주의”를 소개하며 사회 정의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1964년 “체 게바라”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체 게바라”는 그에게 "스위스는 자본주의의 심장부다. 여기서 싸워야 한다"라며 현장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지글러”가 스위스 은행의 부정부패와 전 세계적 빈곤 문제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UN 식량권 특별보고관으로 활동하며 생명윤리 차원에서 식량 부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바이오연료 생산이 식량 가격 상승과 기아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하며 "농지를 연료 전환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와 남미의 빈곤층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목소리를 국제 사회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모부투 세세 세코”(콩고민주공화국의 독재자 1930~1997)의 부정 축재 자금이 스위스 은행에 숨겨진 사실을 고발하며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1997년 그는 "스위스 은행은 모부투의 부패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라고 주장했으며 이로 인해 스위스 정부와의 마찰을 빚었습니다. 또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계좌를 은닉한 스위스 은행을 비판한 책 ‘The Swiss, the Gold and the Dead’를 출간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책은 스위스의 중립성 신화를 붕괴시키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660만 스위스 프랑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등 개인적 희생도 감수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항상 칭찬만 받은 것은 아닙니다. 2002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가다피”(1942~2011)의 이름을 딴 인권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커리어에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상을 거부하며 "UN 직원으로서 국가로부터 상을 받을 수 없다"라고 했지만 “가다피”와의 연관성은 이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 초청 취소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독재자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1937~1987)의 헌법 제정을 도왔다는 의혹과 짐바브웨 무가비(1924~2019)의 토지 개혁을 지지한 발언은 그의 급진적 성향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제국의 폭력’ 등 30여 권의 저서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고발했으며 특히 "1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간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식량 분배 시스템의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그의 글은 학문적 엄밀성과 도덕적 열정이 결합되어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25년 현재 91세인 “장 지글러”는 은퇴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가 식량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경고하며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삶은 "인간의 존엄성은 투쟁 없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신념의 실천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는 "현대의 도스토옙스키"라 불릴 만큼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급진적 발언과 독재자들과의 논란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논의를 촉발시킨 점에서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왜 부유한 국가의 초과 생산은 가난한 국가의 기아로 이어지는가?"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의 삶은 답보다 질문을 중요시하는 진정한 지식인의 모범을 보여주며 오늘날 전 세계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그의 메시지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1-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L'Empire de la honte 수치의 제국)

    세계 기아 문제가 단순히 자연재해나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선진국의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정책적 착취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농산물 수출 보조금 정책이 아프리카 현지 농업을 붕괴시켰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식민주의의 잔재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폐해를 비판합니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청소년 독자도 접근하기 쉽게 서술되었으며 기아를 "사회적 살인"으로 규정하여 국제사회의 도덕적 책임을 촉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1-2. 스위스, 황금, 그리고 죽음(The Swiss, the Gold and the Dead)

    스위스 은행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과 협력해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금괴와 자산을 은닉한 사실을 고발합니다. 또한 콩고 독재자 “모부투”의 부정 축재 자금을 보호한 스위스 금융 시스템의 비도덕성을 폭로했습니다. 이 책은 스위스의 중립성 신화를 붕괴시켰으며 그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660만 스위스 프랑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전쟁 범죄와 금융 권력의 연계성을 밝혀 국제적 논란을 일으킨 문제작입니다.

     

    1-3. 탐욕의 시대(Les Nouveaux maîtres du monde)

    월스트리트의 금융 자본과 다국적 기업이 세계 경제를 장악하며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와 IMF의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개발도상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적 불공정성에 맞서는 글로벌 시민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2. 내용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수치"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여기서 수치는 두 가지 층위로 작동하는데 첫째는 굶주림으로 신음하는 이들이 느끼는 존엄성 상실의 고통으로 "굶주린 자가 수치를 극복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그의 경고는 생존 자체가 모욕이 되는 시스템을 고발하며 둘째는 권력자들의 도덕적 타락으로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은 시장 확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윤리적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이는 착취를 은폐하는 위선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 비판서가 아닙니다. 1789년 프랑스혁명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인간의 권리 선언"을 새로운 형태로 제안합니다. 식민지 역사에서 이어지는 남반구의 착취 구조를 재봉건화로 명명한 것도 혁신적인 시각입니다.

     

    2-1. 대량살상무기로서의 부채와 기아

    그는 부채와 기아를 "21세기의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 조정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에게 가혹한 긴축 정책을 강요하며 교육, 보건 예산을 삭감시키고 이로 인해 빈곤의 악순환이 가속화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업 붕괴를 들며 선진국의 농산물 보조금 정책이 현지 농민들을 파산으로 내몬 과정을 생생히 묘사합니다. 유럽 연합(EU)의 보조금을 받은 낙농 제품이 아프리카 시장을 잠식하면서 현지 소규모 유제품 업체들이 도태되는 무역 전쟁의 비극을 고발합니다.

     

    2-2. 재봉건화라는 이름의 신식민주의

    재봉건화는 이 책의 혁신적 개념으로 중세 봉건제처럼 다국적 기업이 현대의 영주가 되어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유입니다. 월마트, 네슬레, 몬산토 같은 기업들은 국가 주권을 초월한 권력을 행사하며 개발도상국을 현대적 농노 상태로 전락시킵니다. 특히 스위스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지글러”의 고발정신이 돋보이는데 독재자들의 부정 자금을 은닉하는 금융 시스템이 가난한 국가들의 부채를 영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폭로합니다. 이는 그가 스위스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자기 성찰입니다.

     

    2-3. 연대에서 혁명으로

    절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수치의 역설"을 제시하는데 수치심이 분노로 전환될 때 피착취자들은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브라질의 “기아 제로 프로그램” 사례를 통해 사회적 연대가 빈곤 퇴치에 기여한 성공 모델을 제시합니다.

     

    2-4. 현실 적용 가능성은?

    비판자들은 “지글러”의 주장이 이상주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채무 탕감이 해당 국가의 정치 엘리트 부패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있으며 또한 급진적 해법 제시가 현실 정치와의 괴리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그의 예측이 현실화되면서 재평가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스의 재정 위기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사태는 부채 메커니즘이 어떻게 국가 주권을 유린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2-5. 오늘날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

    2025년 현재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문제가 심화되며 이 책의 통찰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아 인구는 8억 3천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60%가 기후 재해 영향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글러”가 경고한 "바이오연료의 역설"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탄소 중립 정책이 아프리카 농지를 에탄올 생산용 작물 재배지로 전환시키며 식량 가격을 폭등시킨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행동 촉구이며 독자들에게 "당신이 소비하는 커피 한 잔이 에티오피아 농민의 피눈물로 만들어졌음을 알고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윤리적 소비에서 시민 연대 운동까지 개인의 일상적 선택이 시스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3. 결론

     

    이 책은 통계 숫자를 인간의 이야기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역작으로 1초마다 한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필연이 아닌 구조적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독자의 도덕적 각성을 촉구합니다. “장 지글러”는 오늘날 우리에게 "과연 우리가 '수치의 제국'을 넘어설 용기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투쟁 없이 지켜지지 않는다."(장 지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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