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 영향력의 불안(The Anxiety of Influence)

1. 개요

“해럴드 블룸”(Harold Bloom 1930~2019)은 미국의 문학 비평가, 교수, 저자로 서양 문학의 정전(canon)을 다루는 비평과 그에 대한 방어로 잘 알려져 있고 그의 문학적 성과와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며 특히 셰익스피어 연구, 미국 문학, 서구 문학의 전통 등에 정통했습니다. 그는 1930년 7월 11일 뉴욕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1951년 코넬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1955년에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학위 취득 후 코넬 대학교에서도 강의를 했지만 2019년까지 예일 대학교에서 오랜 시간 영어와 비교문학을 가르쳤으며 평생에 걸쳐 서양 문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비평가였습니다. 그는 매우 독창적인 비평가로 알려져 있으며 형식주의와 구조주의, 신비평과 같은 당시 주류 비평 이론과는 거리를 두었습니다. 대신 시와 문학에서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중시하고 텍스트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영향력의 불안(The Anxiety of Influence)” 이론으로 유명한데 이 이론은 젊은 시인들이 자신보다 앞선 거장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그는 문학사에서 새로운 작가들이 과거의 위대한 작가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 “영향력의 불안” 속에서 자신의 독창성을 찾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 벌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개념은 후대의 비평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가장 논쟁적인 작업 중 하나는 서양 문학 정전(canon)을 옹호한 것으로 ‘서양 정전’(The Western Canon)이라는 책에서 “셰익스피어”, “단테”, “밀턴”, “톨스토이”, “푸시킨”, “괴테” 같은 작가들이 서구 문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룸”(Bloom)은 서구 문학 전통이 방대한 인간 경험을 포괄하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문학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문학에서 정치적 또는 사회적 요인들이 중요시되는 경향에 비판적이었는데 문학은 본질적으로 심미적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학을 평가할 때 정치적 올바름 또는 사회적 맥락보다 그 자체의 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로도 유명합니다. “셰익스피어”를 "발명자"로 묘사하며 그의 작품들이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들은 그들 자신을 반성하고 자아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개인성 즉 자아(self)를 형성합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인류의 사고와 자기 이해에 있어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전통주의적 입장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특히 서양 문학 정전을 강조하는 그의 관점이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는 소수자 문학, 여성 문학, 제3세계 문학 등을 주로 서양 정전의 주변부에 위치시키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더 포괄적이고 다원적인 문학 세계를 옹호하는 학자들로부터 반발을 샀습니다. 그는 매우 넓고 깊은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문학 비평가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문학 비평 방법론은 오늘날까지도 논의되고 있으며 비평뿐만 아니라 문학 교육에서도 큰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의 문학적 비전은 고전 문학의 힘과 가치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며 그의 저작들은 현대 문학 비평과 이론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1. 영향력의 불안(The Anxiety of Influence: A Theory of Poetry)

이 책은 그의 가장 유명한 이론인 “영향력의 불안”(The Anxiety of Influence)을 제시하며 새로운 시인들이 이전의 위대한 시인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겪는 심리적 투쟁을 분석합니다. 그는 시인들이 선배 시인들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동시에 그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 과정은 창조적 상상력의 긴장과 갈등을 수반하며 시인들은 선배들의 스타일을 왜곡하거나 변형함으로써 자신의 독창성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 책은 문학 이론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문학 비평에 있어서 작가와 전통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1-2. 오독의 지도(A Map of Misreading)

‘The Anxiety of Influence’의 후속작으로 “블룸”(Bloom)의 영향력 이론을 더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시인들이 선배 시인들을 오독(misreading)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시적 공간을 창조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오독을 단순한 잘못된 해석이 아니라 창조적 행위로 간주합니다. 이 책을 통해 문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오독”을 제시하며 문학적 창조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1-3. 서구 문학 정전(The Western Canon: The Books and School of the Ages)

서구 문학 정전을 옹호하고 어떤 작품들이 문학 정전에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으로 “셰익스피어”, “단테”, “밀턴” 등 서양 문학의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문학의 정전이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는 문학 작품을 평가할 때 심미적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사회적 요인보다 작품 자체의 내적 가치를 중시합니다. 이 책은 문학 정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을 찾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그의 관점이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1-4. 셰익스피어(Shakespeare: The Invention of the Human)

그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쓴 가장 방대한 연구서로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자기 이해에 기여한 바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현대적 의미의 인간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자아를 탐구하고 반성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저작으로 간주되며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영향력과 그가 창조한 인물들의 복잡성에 대한 “블룸”의 통찰을 제공합니다.

2. 내용

1973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시인이 이전의 위대한 선배 시인들의 영향을 극복하려는 창조적 투쟁을 탐구하는 문학 이론을 제시합니다. 문학 비평계에서 혁신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시적 창조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블룸”은 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창조적 갈등을 "영향력의 불안"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문학 전통이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하는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2-1. 영향력의 불안: 시인의 창조적 갈등

그는 시인들이 문학적 창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전 세대의 거장 시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영향은 시인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며 이 압박을 “블룸”은 "영향력의 불안”(The Anxiety of Influence)"이라고 불렀는데 이 불안은 시인이 선배 시인들의 작품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느끼는 열등감, 두려움 그리고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열망을 포함합니다. “블룸”의 관점에서 시인은 단순히 선배 시인들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과정은 시인이 기존의 시적 전통을 오독(misreading)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변형하는 과정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오독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새로운 시적 영감과 창조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봅니다.

 

2-2. 오독과 창조: 새로운 시적 공간의 창출

“블룸”은 오독을 시인의 창조적 상상력이 발현되는 핵심 과정으로 간주합니다. 시인은 선배 시인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하거나 왜곡함으로써 그 작품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적 공간을 창출합니다. 이 오독은 기존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시인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블룸”은 시인이 선배 시인의 작품을 오독하는 방식에 따라 "여섯 가지 수정 개념(six revisionary ratios)"을 제시합니다. 이는 시인이 선배 시인들의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변형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패턴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시적 창조 과정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각 개념은 시인이 선배 시인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전략을 나타내는데 이를 통해 시적 전통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보여줍니다.

 

2-3. 시인의 불안과 문학적 상상력

“블룸”은 시인이 불안을 극복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찾는 과정에서 문학적 상상력이 발현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상상력은 단순한 모방이나 영향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시적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시인은 선배 시인들의 작품을 오독함으로써 자신의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적 세계를 창조합니다. 이러한 “블룸”의 관점은 시인의 창조적 과정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뒤집는 것으로 시인이 이전 세대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대신 이를 긍정적인 창조의 과정으로 재해석합니다. 그는 시인이 선배 시인들의 영향에 맞서 싸우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적 가능성이 열리며 이 과정이 문학 전통의 지속성과 혁신을 이끌어낸다고 봅니다.

 

2-4. 영향 이론의 문학적 함의

“블룸”의 영향 이론은 문학 비평에 있어 독특하고 혁신적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문학 작품이 단순히 개별 작가의 독창적 산물이 아니라 이전 작품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 작품 자체의 내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학사적 맥락과 작가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문학 비평에 있어서 텍스트 간의 관계성과 문학적 전통의 중요성을 부각했습니다. 그의 영향 이론은 이후 문학 연구에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과 문학적 전통의 역동성에 대한 논의를 촉진했으며 문학 작품을 단순히 독립된 텍스트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텍스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2-5. 비판과 한계

영향 이론은 문학 비평계에서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몇 가지 비판도 받았습니다. 그의 이론은 주로 서구 문학의 전통을 중심으로 하며 비 서구 문학이나 여성 문학, 소수자 문학의 독자적인 목소리와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한 “블룸”의 이론은 주로 시인의 내적 갈등과 창조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나 독자와의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 결론

이 저서는 문학적 창조 과정에서 시인이 겪는 심리적, 창조적 갈등을 심도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문학 비평에 있어서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공했습니다. “블룸”은 시인이 선배 시인들의 영향에 맞서 싸우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독창성을 획득하는 창조적 투쟁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문학 전통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영향 이론은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 작품 간의 상호작용과 문학적 전통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문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고 문학 작품이 단순히 작가 개인의 독창적 산물이 아니라 문학적 전통과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이를 통해 그는 문학적 창조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며 시인과 독자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습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상상력의 자유를 준다."(해럴드 블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