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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7. 명명과 필연성 (Naming and Necessity)
    인문학 2024. 10. 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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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솔 크립키”(Saul Aaron Kripke 1940~2022)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로 20세기 후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형식 논리, 언어 철학, 형이상학, 의미론 및 인식론 등이 있으며 특히 "양상 논리"와 "명명과 필연성"에 대한 업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1940년 11월 13일 뉴욕 주 베이쇼어에서 유대인 랍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철학에 재능을 보였는데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전교 수석( 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교와 록펠러 대학교에서 강의하였으며 1977년 프린스턴 대학교의 정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2002년부터 뉴욕 시립 대학교에서 강의하였으며 철학 석좌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는 양상 논리(modal logic) 분야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였는데 양상 논리는 "가능성"과 "필연성" 같은 양상(modality)을 다루는 논리 체계로 가능세계(가능한 세계들) 의미론을 개발하여 논리적 필연성, 가능성, 우연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양상 논리에서 가능세계를 일종의 상태로 정의하고 특정 문장이 다양한 세계에서 참이거나 거짓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그는 “선험적 진리”와 “후험적 진리”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름(name)이 대상을 지시하는 방식과 그 지시가 필연적일 수 있다는 논리를 통해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비롯한 철학적 문제들에 도전했습니다. 특히 고정 지시사를 통해 철학적 명제의 필연성과 우연성에 관한 전통적인 견해를 수정했는데 이는 의미론과 인식론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의미가 전적으로 내적 상태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론적 외재주의'(semantic externalism)라는 개념도 제안했습니다. 즉 언어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의미는 사회적 맥락이나 외부 세계의 상태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철학에서 의미와 지식에 대한 전통적인 내부주의적 관점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Kripke”의 철학적 기여는 철학계에서 혁명적이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는 논리학,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 등에서 기존의 틀을 뒤엎거나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가능세계"와 "고정 지시사"라는 개념을 통해 철학적 논의에 있어 보다 명확한 체계를 제공함으로써 이후 철학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20세기 후반 언어철학과 형이상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사상은 다양한 철학자들이 발전시킨 여러 학문적 논의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비록 그의 작업이 난해하고 추상적일 수 있지만 철학적 탐구에 있어 중요한 틀을 제공하며 현재까지도 그의 이론들은 철학적 논의의 중요한 주제로 남아 있습니다.

     

    1-1. 명명과 필연성(Naming and Necessity)

    “Kripke”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언어철학과 형이상학에 큰 영향을 끼친 이 책은 1970년대 초 하버드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를 기반으로 출판되었습니다. 그는 고정 지시사(rigid designator) 개념을 도입하여 이름(name)이 그 대상과 필연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이전의 기술 이론(descriptive theory of reference)을 비판하며 이름은 대상을 기술적인 특성을 통해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 자체를 직접 가리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은 철학적 명제의 진리 조건에 대한 깊은 논의를 제공하며 이후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에 걸친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2. 비트겐슈타인 규칙과 사적 언어(Wittgenstein on Rules and Private Language)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Philosophical Investigations)에 대한 해석으로 잘 알려진 이 책에서 “Kripke”는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 문제를 탐구했습니다. 그는 개인이 규칙을 따르는 것은 외부에서 그 규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의해 결정되며 개인의 내적 상태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규칙-회의적 해석" 또는 "Kripkenstein"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 연구뿐만 아니라 언어철학과 의미론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3. 진실과 역설(Truth and Paradox)

    “Kripke”는 "진리 이론"과 관련하여 수많은 논문과 미발표 원고들을 통해 진리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그는 파라독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고전적 진리 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진리 이론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그의 진리 이론은 "간접적 진리"와 "불완전성" 개념을 포함하며 이는 “러셀”의 파라독스와 같은 의미론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Kripke”는 형식 논리와 진리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학적 및 철학적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2. 내용

    20세기 후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평가되는 이 작품은 언어철학, 형이상학, 인식론의 여러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며 특히 고정 지시사(rigid designator)와 필연성(necessity)에 대한 논의를 통해 기존의 철학적 사고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1970년대 초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된 세미나 시리즈를 바탕으로 1980년에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현대 철학계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텍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2-1. 배경과 목표

    “Kripke”는 철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접근해 왔던 언어와 지시의 개념을 비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그가 주로 비판하는 대상은 “존 세얼”(John Searle), “루돌프 카르납”(Rudolf Carnap),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과 같은 철학자들이 주창한 “기술 이론”(descriptive theory of reference)입니다. 기술 이론은 이름(name)이 그 이름이 지시하는 대상의 특성에 대한 일종의 묘사(description)에 의해 지시된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즉 우리가 특정한 이름을 사용할 때 그 이름은 해당 대상의 특성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그 대상을 가리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라는 기술적 설명을 통해 그 인물을 지시한다고 설명됩니다. “Kripke”는 이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름이 대상을 가리키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합니다. 그는 “고정 지시사”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름이 기술적 특성에 의존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가리킨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필연성, 가능성, 우연성에 대한 기존의 형이상학적 논의도 재구성하며 철학적 논의에서 이름과 본질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2-2. 고정 지시사와 명명

    “Kripke”의 가장 혁신적인 개념 중 하나는 바로 “고정 지시사”(rigid designator)로 이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 모든 가능 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어떤 가능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역사적인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리킵니다. 이것은 기술 이론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이름이 특정한 기술적 특성에 의존하지 않고 대상을 지시한다는 “Kripke”의 핵심 주장을 나타냅니다. 그는 이 고정 지시사의 개념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철학적 개념을 구분하는데 필연적 진리와 우연적 진리가 그것으로 필연적 진리는 모든 가능 세계에서 참인 진리이고 우연적 진리는 어떤 세계에서는 참이고 다른 세계에서는 거짓일 수 있는 진리입니다. 기술 이론에 따르면 이름은 대상을 기술하는 특성을 바탕으로 지시하므로 기술된 특성이 다른 세계에서 다르게 적용될 경우 그 이름이 다른 대상을 가리킬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Kripke”의 고정 지시사 개념에 따르면 이름은 그런 특성에 의존하지 않고 항상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게 되므로,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했다"는 우연적 진리입니다. 다른 가능 세계에서 나폴레옹이 승리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인간이었다"는 필연적 진리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가능 세계에서도 나폴레옹이 인간이 아니었다면 나폴레옹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Kripke”는 이러한 구분을 통해 우리가 이름과 본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2-3. 필연성과 후험적 진리

    그의 또 다른 주요 기여는 필연성과 후험적 진리(aposteriori necessity)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입니다. 전통적으로 철학자들은 필연적 진리와 선험적 진리를 구분했습니다. 선험적 진리(a priori truth)는 경험적 증거 없이도 순수한 이성적 사유만으로 알 수 있는 진리이고 후험적 진리(a posteriori truth)는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진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철학자들은 필연적 진리는 선험적 진리이고 우연적 진리는 후험적 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Kripke”는 이 구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어떤 진리가 후험적으로 알려지더라도 그것이 필연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은 H2O다"라는 진술은 우리가 화학적 발견을 통해 후험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진술은 필연적 진리라고 “Kripke”는 주장합니다. 이는 모든 가능 세계에서 물이 H2O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물의 본질은 H2O이며 이 본질은 모든 가능 세계에서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물은 H2O다"라는 진술은 필연적이지만 후험적으로 알게 된 진리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철학적 논의에서 필연성과 우연성, 선험성과 후험성 사이의 전통적인 구분을 재고하게 만듭니다. “Kripke”는 이러한 구분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이며 필연적 진리도 경험적으로 발견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2-4. 명명과 필연성의 철학적 영향

    이 작품은 언어철학과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인식론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이름과 대상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엎고 이를 보다 직관적이고 경험적 사실에 기반한 방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철학자들이 가능 세계와 본질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에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Kripke”는 형이상학적 필연성과 우연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철학적 논증의 정밀성을 높였습니다. 그의 고정 지시사 이론은 언어철학의 중요한 문제인 지시와 참조(reference) 문제를 다루며 철학자들이 더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지시 문제를 이해하게 만듭니다. 특히 과학적 발견이 본질적 진리를 후험적으로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과학철학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습니다.

     

    3. 결론

    이 작품은 철학적 논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혁신적인 저작으로 그의 고정 지시사 개념과 필연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기존의 언어철학과 형이상학적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Kripke”는 이름이 대상을 가리키는 방식과 가능 세계에서의 본질과 우연성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새롭게 정의했으며 이러한 기여는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진리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역설이나 모순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솔 크립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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