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735. 파이어 웨더: 뜨거워진 세상의 진실(Fire Weather)

트리움비라트 2025. 6. 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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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23년 여름 캐나다 산불 연기가 뉴욕 하늘을 붉게 물들였을 때 한 권의 책이 전 세계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책은 2016년 포트 맥머레이에서 일어난 "산불계의 카트리나"라 불린 참사를 다룬 논픽션으로 저자 “존 베일런트”(John Vaillant 1962~ )는 기후 재앙의 현장을 생생히 포착한 "화염의 시대의 필수 기록자"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밴쿠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미국 메사추세즈 주에서 태어나 “뉴요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인간의 야망과 자연 세계의 충돌을 탐구하는 글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의 데뷔작 ‘황금 가문비나무’(The Golden Spruce 2005)는 벌목업자 “그랜트 해드윈”이 신성시되던 300년생 변종 가문비나무를 베어낸 사건을 추적하며 생태 파괴의 심층적 원인을 파헤쳐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라하이나(하와이 마우이 섬 산불 2023.8.8.)와 터키 볼루 산맥의 리조트 호텔 화재(2025.1.21.)를 언급하며 "포트 맥머레이는 예외가 아닌 전조였다"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30년 새 산불의 에너지 방출량이 4배나 증가한 메가파이어(Megafire) 시대가 도래했으며 "도시를 둘러싼 숲 전체가 수만 개의 소이탄이었다."라는 포트 맥머레이 화재 진화대원의 증언을 인용합니다.

 

그의 글쓰기는 단순한 고발을 넘어 인류세(Anthropocene)의 신화 창조를 시도합니다. ‘타이거’(The Tiger 2010) 서문에서 그는 시베리아 개척민들이 호랑이를 "군주"라 부른 까닭을 탐구하며 인간이 생태계 정점에 선 존재가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존 베일런트”는 재난을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거울로 삼는데 그의 책장마다 스민 나무 타는 냄새는 독자로 하여금 불이 주는 경고의 열기를 느끼게 합니다. 화염이 점점 더 사나워지는 시대 그의 글은 재앙을 관통하는 통찰의 등대이며 "진실을 마주할 때만이 재앙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라는 그의 메시지는 오늘도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1-1. 황금 가문비나무(The Golden Spruce 2005)

캐나다 하이다와이 군도의 신성시되던 300년생 희귀 황금빛 가문비나무(키드키아스)가 벌목업자 “그랜트 해드윈”(Grant Hadwin 1949~?)에게 불의의 도끼질로 베어진 사건을 추적합니다. 원주민 문화, 자연 신앙과 자본주의 자원 개발의 충돌 및 환경 파괴의 이면에 숨은 광기와 탐욕의 심리학을 주제로 캐나다 총독 문학상(2005)과 키리야마 상(2006, 환태평양 문화 이해 증진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1-2. 타이거(The Tiger 2010)

"호랑이 발자국을 오래 쫓다 보면 결국 호랑이에게 닿게 마련이다. 단, 그 호랑이가 먼저 당신에게 오지만 않는다면"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1997년 시베리아 프리모르스키 지방에서 사냥꾼을 표적으로 삼은 아무르호랑이 “트리스톤”의 복수극을 다룹니다. 멸종 위기 호랑이의 서식지 파괴 현장과 소련 붕괴 후 황폐해진 극동 지역의 빈곤 문제, 인간과 야생 동물의 공생 불가능성 등을 주제로 BBC “21세기 최고의 저널리즘 도서 50선”에 선정되었으며 “브래드 피트” 제작사 “플랜 B”가 영화화 판권을 구매하였습니다.

 

2-3. 재규어의 아이들(The Jaguar's Children 2015)

“베일런트”의 유일한 소설 작품으로 멕시코 밀입국자 15명이 밀수업자의 물탱크 트럭에 갇혀 사막에서 고립되는 생존을 다룹니다. 2003년 텍사스에서 발생한 실제 참사(19명 사망)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주인공 “헥터”의 스마트 폰 음성 메시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 내용

 

2-1. 화염이 삼킨 석유 도시

2016년 5월 캐나다 알버타 주 북부의 산업 도시 포트 맥머레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산불에 휩싸였습니다. "더 비스트“(The Beast)라 불린 이 화재는 단 24시간 만에 500배로 확대되었고 단 하루 만에 88,000명의 도시 전체가 철수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석유 채굴의 심장이었던 이 도시는 역설적이게도 기후위기의 첫 희생양이 되었는데 화염은 강 너비 500m의 아사바스카 강을 건너 도시를 집어삼켰고 2,400여 채의 주택이 재로 변해 사라졌습니다. 특히 현대 주택에 가득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제품들이 인공 소이탄으로 작용하며 불길을 증폭시켰습니다. 소파에서 커튼까지 모든 것이 석유 기반이었기에 화재는 핵폭발 수준의 열량을 방출했습니다.

 

2-2. 석유 문명의 아이러니

“베일런트”는 이 화재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인류가 창조한 "페트로신“(Petrocene 석유세) 시대의 필연적 결과로 해석합니다. 석유 채굴로 번영한 도시가 정작 석유로 인한 기후변화로 파괴된 아이러니는 우리 시대의 비극적 상징입니다. 특히 책은 현대 가구와 전통 가구의 연소 실험을 대조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합성 소재로 가득 찬 현대식 거실은 불이 난 지 5분 만에 500°C의 섬락(閃落) 온도에 도달한 반면 목재와 면으로 된 전통 거실은 30분이 걸렸습니다. 이는 석유 기반 제품들이 일상 속 잠재적 화염 촉매제로 작용함을 보여줍니다.

 

2-3. 기후위기의 선구적 기록

이 작품은 2023년 “내셔널 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문학적,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단순한 재난 기록을 넘어 기후 재앙의 해부학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는 세 가지 핵심 접근법 때문입니다.

2-3-1. 과학적 분석

플라스틱 가구의 연소 메커니즘에서 화재 적란운 생성 원리까지

2-3-2. 역사적 추적

1859년 펜실베이니아 유전 개발이 2023년 대기 중 CO₂ 420ppm 상승의 인과 고리 추적

2-3-3. 사회심리학적 진단

"루크레티우스 문제"(the Lucretius problem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가 보았던 가장 높은 산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믿는다.) – 위험 데이터가 명백해도 행동하지 않는 인간 심리

 

2-4. 미래 화염 시대를 향한 경고

책은 포트 맥머레이 화재가 "예외가 아닌 전조"라고 경고하는데 2023년 하와이 라하이나, 2024년 터키 산불에서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었기 때문으로 “베일런트”가 제시하는 데이터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산불 에너지 방출량이 30년 새 4배나 증가했으며 2016년 이후 38조 달러(약 3,800조 원)가 석유·가스 산업에 투입되었다는 것입니다.

 

2-5. 한국 독자를 위한 정보

‘파이어 웨더’ 한국어판은 2024년 8월 29일 교보문고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432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생생한 서사와 치밀한 분석으로 기후위기의 필독서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환경 경고를 넘어 문명의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불이 인간을 만들었다. 이제 그 불이 인간을 파괴할 것인가, 구원할 것인가?"라는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은 의미심장합니다.

 

3. 결론

 

‘파이어 웨더’는 재앙을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거울로 삼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나무 타는 냄새는 독자로 하여금 불이 주는 경고의 열기를 생생히 체험하게 합니다. 화염이 점점 더 거세지는 시대 이 책은 재앙을 관통하는 통찰의 등대입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만이 재앙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베일런트”의 메시지는 오늘도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으며 2025년 3월 처참한 대형 산불을 경험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이 경고의 메아리는 더욱 절실해질 것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살아온 이래로,

대기가 인간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건

누구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존 베일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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