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702. 아이가 없는 집(Jag kommer att hitta nyckeln 나는 열쇠를 찾을 것이다)

트리움비라트 2025. 4. 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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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스웨덴 문학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습니다.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1954~2004)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 시리즈가 원작자의 사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 쌍의 작가 부부가 있습니다. 그들은 “라르스 케플러”(Lars Kepler)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스릴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밀레니엄’ 후속작을 집필하며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알렉스 안도릴”(Alex Ahndoril)입니다. 그는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를 넘어 현대 스웨덴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이야기꾼이자 문학적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알렉스 안도릴”은 1967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알렉산데르 안도릴”(Alexander Ahndoril)이지만 주로 “알렉스”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삶은 문학과 연극, 사회 참여가 교차하는 독특한 궤적을 그립니다.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문학과 연극을 전공한 그는 초기에는 극작가와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1990년대 발표한 소설 ‘경주마’(1999)와 ‘왕’(2001)은 역사적 인물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왕’은 18세기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Gustav III 1746~1792)의 암울한 통치를 다루며 권력과 광기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아내 “알렉산드라 코엘료 안도릴”(Alexandra Coelho Ahndoril)과의 만남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두 사람은 2002년 결혼한 후 문학적 협업을 시작했고 2009년 “라르스 케플러”라는 공동 필명으로 범죄 스릴러 ‘히푸노티스트’(Hypnotisören 최면술사)를 발표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둡니다. 이 필명은 스웨덴의 유명 시인 “라르스 노르덴”(Lars Norrden)과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의 이름을 조합한 것으로 이들의 작품 세계를 암시합니다. “알렉스”는 이 협업에 대해 “서로의 글을 비평하고 캐릭터와 플롯을 함께 구축하는 과정이 창의적 충돌을 일으킨다”라고 말하며 공동 작업의 역동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1,5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는데 특히 독일과 프랑스에 열렬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유럽 내에서 스웨덴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복지 국가 vs 어두운 사회 문제)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2015년 “알렉스 안도릴” 부부는 “스티그 라르손”의 유작을 계승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거미줄에 걸린 소녀’의 집필자로 선정되었는데 이 결정은 팬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의 미공개 원고가 존재한다는 소문과 새로운 작가의 해석이 원작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안도릴” 부부는 “라르손”이 구상했던 10부작 계획을 존중하며 동시에 “리스베트 살란데르” 캐릭터의 진화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라르손”의 원안을 분석하고 초기 시리즈의 정치적 메시지(극우주의, 성차별, 국가 감시 등)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스웨덴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영화화 권한을 두고 할리우드 스튜디오 간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알렉스 안도릴”은 작가로서뿐 아니라 문화 활동가로도 활발히 활동합니다. 그는 스웨덴 작가 협회에서 아동 문학 출판 지원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으며 난민 청소년을 위한 창작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합니다. 이러한 참여는 그의 작품 속에서도 투영되는데 “라르스 케플러”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에는 이민자 출신 경찰관 캐릭터가 등장해 다문화 사회의 갈등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재즈 음악과 골동품 수집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19세기 스웨덴 농가의 전통 공예품을 수집해 스톡홀름 근방의 별장에 전시해 두고 이 공간에서 종종 문학적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도릴”의 작품은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문학 평단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스릴러가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국제 시장을 의식한 세계화된 문학에 편승했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매체들은 그가 젠더 역학(예: 리즈베트 살란데르의 퀴어 정체성 탐구)과 계급 문제를 날카롭게 풀어낸 점을 높이 샀습니다. 2021년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으로 추천되었으나 본인의 사양으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에이빈 욘손”(Eyvind Johnson)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는 현대 스웨덴 문학의 아이콘이자 글로벌 스릴러 장르의 리더로 자리매김했으며 그의 작품은 단순한 범죄 추적을 넘어 자본주의의 균열과 인간 내면의 악마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알렉스 안도릴” 부부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필명과 장르를 실험하며 글로벌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들의 작품에서 스웨덴 사회의 단면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1-1. 라르스 케플러(Lars Kepler) 시리즈

“알렉스 안도릴” 부부는 2009년부터 “라르스 케플러”라는 필명으로 범죄 스릴러 시리즈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주나 리나”(Joona Linna) 형사를 중심으로 어두운 심리적 긴장감과 복잡한 범죄 구조를 그려냅니다.

1-1-1. 최면술사(Hypnotisören 2009)

“라르스 케플러”의 데뷔작으로 정신과 의사 “에리카 팔크”와 형사 “주나 리나”의 협업을 통해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 작품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스칸디나비아 느와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1-1-2. 샌드맨(Sandmannen 2012)

실종 사건과 아동 학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의료 시스템의 부조리와 인간의 심층 심리를 탐구합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특히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1-1-3. 스토커(Stalker 2014)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 착취와 인신매매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1,7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1-2. 디렉터(Regissören 2006)

스웨덴의 전설적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 1918~2007)을 모티프로 한 이 소설은 예술가의 창조적 고뇌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합니다.

 

1-3. 아이가 없는 집(Jag kommer att hitta nyckeln 2023)

“안도릴” 필명의 첫 번째 작품으로 “줄리아 스타크”(Julia Stark)라는 민감한 성격의 사립 탐정이 등장하여 혈흔이 묻은 수상한 사진을 조사하며 호화로운 저택의 가족 비밀을 파헤칩니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화 판권을 두고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주목받았습니다.

2. 내용

 

스웨덴 문학은 오랫동안 인간 심리의 어두운 이면을 치밀하게 탐구하는 데 강점을 보여 왔는데 그런 전통 안에서 이 작품은 한층 더 섬세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삶의 공허, 상실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을 다룬 소설입니다. 얼핏 미스터리 스릴러의 외형을 띠지만 그 내면은 훨씬 더 복합적으로 미묘한 불안과 조용한 절망을 한 겹 한 겹 쌓아가며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감정의 깊이를 응시하게 만듭니다.

 

2-1. 줄거리

소설은 스톡홀름 외곽의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외딴 주택을 무대로 시작됩니다. 젊은 부부 “안나”와 “헨릭”은 오랜 불임 치료 끝에 아이를 갖는 데 실패하고 도시를 떠나 조용한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시작을 꿈꿉니다. 그러나 이 집은 이상할 정도로 음침하고 주변 사람들조차 이곳을 꺼리는 듯한 기운을 풍깁니다. 어느 날 “안나”는 빈 방들 가운데 하나에서 낡은 인형과 오래된 아기 옷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과거 이 집에 분명히 아이가 있었던 흔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록을 찾아봐도 이 집에서 살았던 가족이나 아이에 대한 정보는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안나”는 집안 곳곳에서 들려오는 미묘한 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의 기척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 집은 단순히 오래된 기억을 품은 곳일까 아니면 이들 부부의 상실감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2-2. 작품의 주제

소설은 표면적으로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지만 그 핵심에는 아이 없음이 상징하는 정체성의 붕괴와 존재의 공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안나”와 “헨릭”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완성된 가족의 형태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점차 자기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데 아이를 갖는 것과 갖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나 불운이 아니라 이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로 치닫습니다. “안도릴”은 이 과정을 무척 절제된 문체로 그립니다. 등장인물들은 거의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침묵은 이 소설의 중요한 장치입니다. 부부 사이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던지는 시선과 몸짓조차 어긋납니다. 이 침묵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 입은 두 사람이 더 이상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현실을 반영합니다.

 

2-3. 집이라는 상징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집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집은 보호, 소속 그리고 기억을 의미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집은 불안정성과 부재의 공간입니다. 부부가 이사 온 집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텅 비어 있습니다. 여기에 과거의 흔적들인 낡은 인형, 버려진 아기 옷 등이 얽히면서 집은 일종의 기억의 유령으로 변모합니다. 집은 단순히 과거의 트라우마를 저장하는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집 자체가 살아있는 존재처럼 등장하며 부부는 처음에는 외부에서 집을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집에 포획되고 집의 벽과 방은 그들의 불안과 상실을 확대하는 공명판이 됩니다.

 

2-4. 심리적 공포와 현실적 불안의 경계

“안도릴”은 이 작품에서 독자가 쉽게 경계를 긋기 어렵게 만드는데 이 집에 진짜로 초자연적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부부의 심리 상태가 집을 기이하게 변형시키는 것인지는 끝까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호성은 독자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안기는데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은 귀신 들린 집 이야기인가 아니면 절망에 빠진 부부가 만들어낸 심리적 환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특히 “안나”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집니다. 아기를 품었던 상상, 소리를 듣는 착각,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들이 겹치면서 독자 역시 그녀의 혼란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됩니다. “안도릴”은 이 과정을 통해 공포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2-5. 문체와 구성의 특징

“안도릴”은 매우 절제된 문장을 구사하는데 긴 묘사나 격렬한 감정 표현을 지양하고 대신 간결하고 날카로운 문장으로 인물의 내면을 파고듭니다. 덕분에 소설은 마치 차가운 겨울 공기처럼 건조하고 서늘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이 소설은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데 사건은 점진적으로 쌓이지만 명확한 폭발이나 해소 없이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며 결말에 이르러서도 모든 수수께끼가 깔끔하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남는 것은 설명되지 않은 것들의 무게 그리고 독자가 스스로 상상해야 할 여백입니다.

 

3. 결론

 

이 작품은 단순히 한 부부의 슬픔이나 한 채의 집에 얽힌 미스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부재를 어떻게 견디는가?”, “아이, 가족, 집이라는 사회적 기대 속에서 개인은 어떤 상처를 입는가?”, “우리가 외면하는 상실은 결국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을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던지며 진짜 공포는 외부의 괴물이나 귀신이 아니라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상처와 외면한 진실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무거운 파장을 남기는 소설로 읽는 동안 무언가 불편하고 차가운 감정이 가슴속에 쌓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그 감정은 오히려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공허를 직시하고도 무너지지 않는 힘 그것이 이 작품이 남기는 진짜 메시지일 것입니다.

 

 

 

 

"글쓰기란 단어와 단어 사이의 침묵을

세심히 듣는 것이다."(알렉스 안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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