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 캔자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
1. 개요
“토머스 프랭크”(Thomas Frank 1965~)는 미국 현대 사회와 정치, 대중문화를 예리하게 분석해 온 대표적인 비평가이자 저술가로 그의 글과 책들은 주류 담론을 비판하고 미국 내 이념 갈등의 근본을 파헤치며 대중적 신념 아래 감춰진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는 단순한 정치 평론가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꿰뚫어 보는 깊은 통찰력과 냉철한 분석을 가진 지식인으로 평가받습니다. 1965년 3월 21일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나 캔자스 주립대학교를 졸업한 후 시카고 대학교에서 미국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프랭크”는 사회 경제 구조, 이데올로기, 대중 심리의 관계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데 능했는데 학문적 엄밀성과 대중적 글쓰기 스타일을 겸비한 그는 전문가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층에도 쉽게 다가갔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2004년에 출간된 ‘캔자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로 이 책에서 그는 한때 노동자 계급이었던 캔자스 시민들이 어떻게 보수주의를 지지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했는데 경제적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정치적 선택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미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그는 문화 전쟁 이슈들이(낙태, 종교, 총기 소유 등)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가리는 데 이용되었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이를 "계급을 지우는 정치"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더 이상 노동자 계급의 정당이 아니며 고학력 전문직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게 되었음을 지적하는데 “오바마” 시대의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자유주의가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불평등 구조를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보며 특히 실리콘밸리, 금융 엘리트와 민주당의 유착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또한 "포퓰리즘"의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오늘날 포퓰리즘이 무조건 반민주적이고 위험하다고 보는 관점을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초기 미국의 포퓰리즘 운동(1890년대의 농민 운동 등)이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사회적 평등을 촉진하려는 노력이었다고 보는데 그는 포퓰리즘을 단순히 “트럼프” 지지와 동일시하는 것은 역사적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글은 날카롭고 풍자적이며 대중적입니다.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이론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동시에 고도로 구조화된 논리를 가지고 있어 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프랭크”는 사소한 데이터나 사례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통계와 일화, 역사적 비교를 자유자재로 사용합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야기를 통해 구조를 설명하는 능력"으로 그는 이념이나 정책의 변화를 추상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구체적인 인물, 지역, 사건을 통해 독자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What's the Matter with Kansas?’에서는 자신의 고향 사람들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단순한 이론적 비판을 넘어선 감정적 울림을 줍니다.
“프랭크”의 중요성은 그가 양극화된 미국 사회를 단순한 좌우 구도로 보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사회적 메커니즘을 밝혀낸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왜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데 이 질문은 단지 미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진보 진영 내부의 자기만족적 사고, 엘리트주의적 경향을 비판함으로써 스스로를 비판할 줄 아는 진정한 지식인의 면모를 보입니다. 그는 특정 진영에 맹목적으로 편들지 않으며 항상 권력의 편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섭니다. 이러한 지점이 그를 단순한 정치 논객이 아니라 시대를 읽는 사상가로 만듭니다.
한국 사회 역시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 이념 대립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토머스 프랭크”의 분석은 미국이라는 특정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본질은 세계 어디에서나 유효하며 특히 정당이나 정치인이 경제적 문제를 외면한 채 문화적 갈등만 부추기는 현실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의 책은 우리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합니다. 또한 그는 변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비판하면서도 대중의 집단적 힘과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신뢰하는데 이런 낙관적 비전은 혼란과 냉소에 빠지기 쉬운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토머스 프랭크”는 시대의 표피를 읽는 대신 그 속살을 해부하려는 작가로 화려한 슬로건이나 이념적 수사를 넘어 사회 구조의 진짜 모습을 직시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의 저작은 읽기 쉬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으며 한 줄 한 줄이 우리의 사고를 도전하게 만들고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을 흔듭니다. “토머스 프랭크”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새롭게 그리고 보다 깊게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1-1. 캔자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 2004)
“프랭크”는 캔자스 주를 사례로 들어 경제적으로는 불평등에 시달리면서도 문화 전쟁(낙태, 종교, 총기 문제 등) 이슈 때문에 보수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아이러니를 분석합니다. 이 책은 미국 대중 정치의 흐름을 설명하는 고전처럼 자리 잡았는데 "왜 사람들이 경제적 자기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2. 쿨 함의 정복(The Conquest of Cool 1997)
1960~70년대의 “쿨 함”과 반체제적 감성이 결국 광고 산업과 대기업 문화 속으로 흡수되어 상업화되었다고 설명하며 반문화가 오히려 소비주의의 연료가 되었다는 역설을 펼칩니다. 상업주의와 반문화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최초의 본격적 연구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1-3. 억만장자를 불쌍히 여기다(Pity the Billionaire 2012)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부자들이 피해자처럼 포장된 현상을 설명합니다. 경제 위기의 책임이 있는 금융 엘리트들이 오히려 자신을 "억울한 희생자"로 포지셔닝하고 그 논리가 대중에게 먹히는 과정을 분석하는데 그는 이 현상을 "억지스러운 동정심"이라고 부릅니다. 대공황 이후 미국에서 진보적 개혁 대신 보수적 반동이 일어난 특이한 흐름을 설명합니다.
2. 내용
이 책은 단순히 한 지역의 정치적 변화를 다룬 것이 아니라 현대 미국 정치의 핵심적인 모순 즉 "어째서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할 정책과 정치인을 지지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으며 이 질문은 오늘날까지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2-1. 왜 캔자스인가?
캔자스는 19세기 후반만 해도 급진적인 포퓰리즘 운동의 중심지로 농민들과 노동자들은 거대 기업과 은행에 맞서 싸우며 정치적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캔자스는 보수주의의 심장부가 되었는데 “프랭크”는 이 극적인 변화에 주목했으며 캔자스를 "미국 정치의 축소판"이라고 보았습니다. 캔자스에서 벌어진 변화는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정치적 이동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본 것입니다.
2-2. 문화 전쟁의 함정
“프랭크”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문화 전쟁”(culture war)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가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으로 낙태, 동성애, 총기 소유, 종교 문제 등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한 이슈입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문화적 쟁점을 부각하며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정작 선거 이후에는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세금 정책을 펴는 등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결국 서민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와는 상반되는 정책을 지지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문화 전쟁은 가짜 전쟁이다. 싸움은 치열하지만 실제로는 승자가 없다. 그러나 경제 전쟁에서는 분명한 승자가 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라고 “프랭크”는 말합니다.
2-3. 보수주의의 전략
그는 공화당과 보수 세력이 어떻게 이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왔는지를 보여주는데 보수주의는 경제적 엘리트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대중에게는 문화적 이슈를 통해 정체성의 문제를 건드립니다. 많은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보수 세력을 지지합니다. 특히 “프랭크”는 보수주의가 "엘리트 혐오"를 전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지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억만장자 정치인이나 대기업 후원 정치인들이 "엘리트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친구"처럼 행동하며 지지를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쥐고 있는 자들은 오히려 대중의 분노로부터 면죄받게 됩니다.
2-4. 민주당의 실패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층을 대변해 왔지만 1980년대 이후 점점 중산층 이상 전문직 계층에 집중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노동자 계층은 정치적으로 소외되었고 그 빈틈을 보수 세력이 문화 이슈를 앞세워 파고들었습니다. “프랭크”는 민주당이 "경제적 정의" 대신 "문화적 진보성"을 우선시하면서 경제적 약자들에게 점점 신뢰를 잃어갔다고 평가합니다.
2-5. 개인적 이야기로서의 캔자스
이 책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프랭크”가 단순한 이론적 분석을 넘어서 개인적 경험을 녹여냈다는 점인데 그는 캔자스 출신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자신이 자란 공동체가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책 곳곳에는 특정 지역, 특정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데 이는 독자들에게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슬픈 목격담처럼 다가옵니다. “프랭크”는 결코 캔자스를 조롱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진지하게 물으며 그 물음은 곧 오늘날 전 세계 민주주의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2-6. 오늘날의 의미
이 책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트럼프 1기를 거치면서 “프랭크”가 지적했던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는데 경제적 불평등은 커졌고 문화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습니다. 대중은 여전히 경제적 이익과는 상반되는 정치적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프랭크”의 분석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한국, 일본 등 다양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대중은 종종 정체성 정치나 문화적 갈등에 몰두하며 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합니다. 이 책은 이 모든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핵심 열쇠를 제공하며 그 열쇠는 단순히 정치적 좌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 대중 심리의 복잡한 관계를 해독하는 작업을 요구합니다.
3. 결론
이 책은 현대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낸 작품으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미국 중부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때로는 우리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되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진짜 전쟁은 문화 전쟁이 아니다. 진짜 전쟁은 경제 전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라고 “프랭크”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기업 선전의 위대한 목표는 언제나
노동자와 지식인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었다."(토마스 프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