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 스토너(Stoner)
1. 개요
“존 에드워드 윌리엄스”(John Edward Williams 1922~1994)는 생전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후에 재조명되며 문학사 속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작가로 과장되지 않은 문체와 날카로운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인생의 고요한 비극과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포착한 소설을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만 독자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1922년 8월 29일 텍사스 주 클락스빌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이후 덴버 대학교에서 예술학을 공부하며 학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1954년 미주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작가이자 편집자 그리고 문학 교수로 활동했으며 네 편의 장편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스토너’(Stoner)로 이 소설은 한 대학교수의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진폭과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은 평범함을 넘어섭니다. 출간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21세기에 들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먼저 재발견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고 읽히며 잊힌 걸작이라는 평가를 얻게 됩니다. 현대 독자들이 “윌리엄스”의 소설에 다시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데 그의 소설은 과장도, 기교도, 드라마도 없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너’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의 인물들은 인생의 한순간에 멈춰 서서 스스로를 바라봅니다. 그것은 고독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오히려 독자에게 깊은 위로를 주는데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결국 자신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스”는 이런 순간을 마치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서 바라보듯 묘사합니다. 그는 문장 하나하나에 공기를 담고 인물의 침묵 속에 감정을 숨깁니다. 이러한 절제된 문체와 감정의 누적은 오히려 독자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데 그것이 바로 ‘스토너 현상’이라 불리는 조용한 문학의 힘입니다. “존 에드워드 윌리엄스”는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대중적 성공이나 화려한 명성을 좇지 않았고 문학을 삶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많지 않지만 한 편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진지한 태도가 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자극을 추구하지만 때때로 “윌리엄스”의 소설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에서 더 깊은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은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조용한 순간 속에 있습니다.
1-1. 스토너(Stoner 1965)
소설은 20세기 초반 미주리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쟁, 사랑, 배신, 좌절 그리고 죽음을 겪으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격렬한 사건보다는 내면의 고요한 투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려 할 때 어떤 고통과 아름다움이 따르는가를 보여줍니다. “스토너”는 학문에 대한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 사랑이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지만 그 길은 외롭고 종종 비참하며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그의 삶에서 거대한 승리나 감동적인 반전보다는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태도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1-2. 오거스터스(Augustus 1972)
“윌리엄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즉 “아우구스투스”를 주인공으로 한 에피스톨라리(epistolary 서간체) 형식의 역사 소설입니다. 편지와 문서, 기록 등의 형식을 빌려 여러 인물의 시선을 통해 “아우구스투스”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으로 1973년 미국 국립도서상을 수상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은 그가 평생 천착한 인간성, 권력, 윤리, 고독이라는 주제를 고대 로마라는 무대를 통해 풀어내며 사실과 허구, 역사와 상상이 교차하는 문학적 실험이 돋보입니다. 또한 단순히 현대인의 고독만을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해석할 수 있는 깊이를 지닌 작가임을 입증했습니다.
2. 내용
20세기 미국 문학의 조용한 걸작인 이 작품은 출간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강한 감동을 준 소설로 재평가되었습니다. 거대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서사 없이 한 사람의 내면과 삶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1.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William Stoner)는 1891년 미국 미주리 주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권유로 농업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문학 수업을 듣는 중에 그는 삶을 송두리째 바꿀 깨달음을 얻게 되며 그 순간 그는 농업이 아닌 문학을 자신의 길로 선택하게 됩니다. “스토너”는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교수의 길을 걷지만 그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결혼 생활은 불행하고 직장 내 정치 싸움에 휘말리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이 택한 삶을 살아가는데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의 핵심이며 그 고요한 인내 속에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2-2. 스토너는 왜 위대한가?
소설은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전쟁도, 혁명도, 영웅적인 행동도 없지만 그 아무 일도 없는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스토너”는 성공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널리 존경받지 못하고 동료 교수들과의 갈등에서도 패배합니다. 가정을 꾸렸지만 아내와의 소통은 거의 없고 딸과도 멀어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는데 바로 문학에 대한 사랑으로 학문과 책, 언어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열정은 그가 끝까지 자신으로 남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스토너”는 "삶이 실패로 끝난다고 해서 그 삶이 무의미한가?"라고 묻는데 “윌리엄스”는 이 질문에 대해 소설 전체를 통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합니다.
2-3. 문체와 구성
“윌리엄스”는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습니다.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설명보다 감정의 여운에 더 많은 무게를 두는데 독자는 이야기 속 인물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는 대신 그 고통의 잔향을 느끼게 됩니다. 절제된 문체는 오히려 더 큰 감정을 전달하며 “스토너”라는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또한 “윌리엄스”는 “스토너”의 삶을 연대기적 구조로 따라가면서도 특정 순간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여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사건보다 그가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고, 견디는가입니다. 바로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스토너”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2-4. 사랑, 고통 그리고 침묵
소설에는 한 편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동료 교수의 조교였던 “캐서린”과 잠시 동안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사회적, 직업적 압력 속에서 그 사랑은 끝을 맺게 되는데 이 장면은 소설 전체에서 가장 강렬하고 동시에 가장 절제된 감정선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 사랑은 “스토너”에게 잠시나마 삶의 중심을 재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조차 오래 지속되진 않습니다. “스토너”는 그런 순간들을 말없이 견딥니다. 감정을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고 세상에 불평도 하지 않지만 끝까지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는 실패와 외로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만의 조용한 존엄을 지켜냅니다.
3. 결론
오늘날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에 감동하는 이유는 어쩌면 현대인의 삶이 이 소설 속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닌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스토너”로서의 인생을 삽니다. 자기 확신을 지키기 어렵고 인간관계는 불완전하며 사회 속 위치는 늘 흔들립니다. 하지만 “스토너”는 그 모든 불완전함 속에서도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데 그는 대단한 이상을 실현하진 못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살아냈다는 점에서 결국 승리한 인물입니다. 그의 삶은 "모든 사람이 위대한 이야기를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각자의 진실에 충실한 삶은 충분히 위대하다."라고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이자 매우 인간적인 이야기로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설명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그 결과 이 소설을 읽는 경험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오랜 시간 마음속에 파문을 남깁니다. ‘스토너’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한 찬가이며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자기 존재의 조용한 진실을 되묻는 작품입니다.
“고통은 삶의 조건이다”(스토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