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약자의 무기(Weapons of the Weak: Everyday Forms of Peasant Resistance)

1. 개요

 

“제임스 C. 스콧”(James C. Scott 1936~2024)은 현대 정치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로 주목받는 미국의 정치학자, 인류학자로 그의 연구는 권력, 국가, 억압, 저항이라는 주제를 주로 다루며 전통적인 국가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피억압자와 주변부 공동체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는 1936년 12월 2일 미국 뉴저지 주 마운트 홀리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 윌리엄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1967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인류학을 가르쳤습니다. 초기에는 동남아시아 농업 공동체를 연구하며 경력을 시작했지만 이후 권력과 저항, 국가 형성에 관한 문제를 탐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의 다학문적 접근 방식은 정치학, 역사학, 인류학, 농업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여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의 연구는 전통적인 권력 중심적 관점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소외된 집단의 관점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권력을 단순히 억압적인 것으로 보는 대신 그것이 피억압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대규모 혁명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미묘한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억압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조명합니다. 또한 근대 국가가 가진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하며 지역적 지식과 전통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삶을 단순히 낙후된 것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능동적인 저항과 독립성의 표현으로 바라봅니다.

 

그의 연구는 오늘날의 사회와 정치에 여러 가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글로벌화와 표준화가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지역적 지식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키며 작은 저항과 행동도 거대한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사회운동과 비폭력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국가 권력과 개인의 관계를 재평가하며 더 공정하고 자율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제임스 C. 스콧”은 권력과 저항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며 사회과학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 학자로 그의 연구는 국가와 권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관점을 강조하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의 사상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나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1. 약자의 무기(Weapons of the Weak)

말레이시아의 농촌 지역을 연구하며 권력에 대한 피억압자들의 일상적 저항 개념을 제시합니다. 전통적으로 저항은 혁명이나 대규모 시위 같은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이해되었지만 “스콧”은 피억압자들이 사용하는 비공식적이고 미묘한 저항 방식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방식에는 태업, 소문 퍼뜨리기, 규칙 어기기 등이 포함되며 이는 억압적 구조에 대한 무언의 반발로 작용합니다. 그는 이러한 소극적 저항이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정치적인 함의를 가진 행위임을 보여주며 이는 권력관계를 재해석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1-2. 지배와 저항의 예술(Domination and the Arts of Resistance)

이 책은 권력관계의 이면에 숨겨진 "공개된 대본"과 "숨겨진 대본"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공개된 대본(public transcript)은 권력자와 피억압자가 공식적으로 교환하는 행동과 언어를 의미하며 숨겨진 대본(hidden transcript)은 억압받는 이들이 비공식적인 공간에서 공유하는 불만과 저항의 담론입니다. “스콧”은 숨겨진 대본이 억압적 권력 구조에 도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억압적인 체제 아래에서도 피억압자들이 독립적인 사고와 저항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1-3. 국가처럼 보기(Seeing Like a State)

“스콧”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근대 국가가 사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패 사례들을 분석합니다. 국가가 사회를 단순화하려는 과정에서 지역적 지식(local knowledge)과 전통을 무시하고 표준화된 제도와 관료제를 통해 복잡한 사회적 현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농업과 도시 계획에서의 사례를 들어 대규모 중앙집권적 계획이 오히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현대 국가가 가진 한계와 위험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로 읽힙니다.

 

1-4. 지배받지 않는 기술(The Art of Not Being Governed)

동남아시아의 "조미아(Zomia)"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삶을 탐구합니다. 조미아는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주변부 지역을 지칭하며 “스콧”은 이들이 고의적으로 국가의 영향력을 피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러한 공동체를 단순히 미개하거나 발전하지 못한 존재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며 이들이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평가합니다.

2. 내용

 

이 책은 현대 정치학과 사회학 특히 권력관계와 저항 연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작품으로 전통적으로 이해되는 저항의 개념을 넘어 억압받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소극적이지만 중요한 저항의 형태를 탐구합니다. “스콧”은 이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권력 구조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2-1. 연구 배경과 맥락

이 책은 “스콧”이 1980년대 초 말레이시아의 세 디카(Sedaka)라는 가상의 농촌 마을에서 수행한 민족지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그는 이 마을을 통해 농민들이 어떻게 지배적인 경제적, 정치적 구조 속에서 저항을 실천하는지를 탐구했습니다. 당시 많은 학문적 담론은 저항을 대규모 혁명이나 조직적 운동으로만 이해했지만 “스콧”은 소규모 농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비공식적 저항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시기 특히 개발도상국의 농업 사회에서 나타난 불평등과 착취의 현실을 조명하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유지하는지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2-2. 주요 개념과 내용

2-2-1. 일상적 저항(Everyday Resistance)

“스콧”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일상적 저항"입니다. 이는 억압받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해 공개적이고 폭력적인 반란 대신 일상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저항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지배 구조를 약화시키고 억압적인 권력에 도전하는 데 기여합니다. 태업, 작은 도둑질, 소문과 조롱, 거짓말 등과 같은 일상적 저항이 단순히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라 구조적 억압에 대한 집단적 반응이라고 주장합니다.

2-2-2. 도덕 경제(Moral Economy)

"도덕 경제"라는 개념을 통해 농민들의 저항을 설명합니다. 도덕 경제란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공동체의 전통적 규범을 보호하려는 경제적, 도덕적 논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농민들은 지주나 국가가 전통적 관습을 무시하고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공동체의 생계를 위협할 때 이를 부당하다고 여깁니다. 이러한 도덕적 관점에서 농민들은 저항을 정당화합니다.

2-2-3. "공개된 대본"과 "숨겨진 대본"

그는 저항이 단순히 물리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언어와 상징적 행위에서도 나타난다고 보며 이를 "공개된 대본"(public transcript)과 "숨겨진 대본"(hidden transcript)으로 구분하는데 “공개된 대본”은 권력자와 피억압자가 공식적으로 교환하는 행동과 언어를 말하며 “숨겨진 대본”은 피억압자들이 비공식적 공간에서 공유하는 불만과 저항의 담론을 말합니다. 그는 숨겨진 대본이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피억압자들의 진정한 감정과 저항 의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합니다.

 

2-3. 사례 연구: 세디카 마을의 농민들

세디카 마을의 농민들이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일상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을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농민들은 부유한 지주들과 정부의 압박에 직면해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은 작은 절도, 규칙 어기기, 소문과 비판 등으로 저항했는데 이러한 행동이 표면적으로는 미약해 보일 수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지배 구조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2-4. 학문적 기여와 비판

이 작품은 학계와 대중에게 저항의 개념을 대규모 혁명이나 무력 충돌에 한정 짓지 않고 일상적이고 비공식적인 행위로 확장했으며 기존의 국가 중심적 연구와 달리 억압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정치학, 인류학, 사회학을 융합하여 권력과 저항을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일부 비판도 받았는데 일상적 저항이 실제로 지배 구조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며 “스콧”이 강조한 소극적 저항이 혁명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5. 현대적 시사점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현대의 저항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의 이론은 이러한 새로운 저항 방식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하는데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지역적이고 일상적인 저항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결론

 

이 책은 권력과 저항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집으며 억압받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저항의 중요성을 새롭게 조명한 걸작입니다. “스콧”의 연구는 단순히 학문적 담론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사회운동과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권력과 저항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특히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공개된 대본은 가면이고, 숨겨진 대본이 진실이다."(제임스 C. 스콧)